[철도노조 총파업] 불법파업 확산 조기진화…정부, 이례적으로 초강경 대응

참가자 전원 직위해제

10일 7000여명 가세 땐 노조원 절반이상 징계
화물열차 53% '스톱'…경찰, 노조집행부 소환
< 컨테이너 수송 차질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정부의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9일 오전 충북 제천 시 천남동 제천조차장역에 화물열차가 멈춰서 있다. 파업 여파로 이날 화물열차는 평소보다 47% 감축·운행했다. 연합뉴스
코레일이 9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을 개시하자마자 파업 참가자 4356명 전원을 직위 해제하는 초강경 대응책을 내놨다.

장진복 코레일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파업 사태를 조기 해결하기 위해 파업 참가자 전원을 직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 노조·연맹과 서울지하철노조가 잇따라 철도노조의 파업에 가세하고 있어 조기에 사태를 진화하겠다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파업 참가 땐 무조건 직위해제”

코레일이 직위 해제한 노조원은 이날 파업에 가담한 4213명이다. 앞서 직위 해제된 노조 집행부를 포함하면 총 4356명 전원이 직위 해제된 것이다.

코레일은 당초 1차 업무 복귀명령을 내린 뒤 불응자에 대해 직위 해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불과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바꿔 참가자 전원 직위 해제라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철도노조가 정부 정책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해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철도노조 소속 조합원은 2만403명으로, 코레일 전체 인력 2만8168명 중 72.4%에 달한다. 그러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2조에 따라 철도 노조원의 43%인 9000여명은 필수유지 인력으로 현업에 투입돼야 한다. 이에 따라 필수유지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1만1380명이 파업에 가담할 예정이다. 노조원들이 대부분 교대 근무를 하고 있어 파업 첫날에 가담한 인력은 파업 대상자의 37.0%인 4213명이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이들 전원을 직위 해제 조치한 것이다. 교대근무에 따라 10일 파업에 가담할 나머지 노조원은 7167명이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이들 역시 파업을 강행할 경우 곧바로 직위 해제 조치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경찰도 철도노조 압박에 가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파업 적극 가담자들에 대해 10일 오전 중 출석요구서 발송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전지방경찰청은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집행부와 조합원 등 24명에게 오는 12일까지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이 중한 만큼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대책을 논의 중이다.

○산업계 물류 차질 현실화

철도노조 파업으로 산업계 물류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 첫날인 이날 오후 3시 전남 나주시 송월동 LG화학 나주공장. LG화학 여수공장에서 장판·벽지 접착제의 중간 원료인 옥탄올과 아크릴산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프로필렌을 하루 1290t을 받아 연간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날 화물열차 운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프로필렌 반입량도 절반가량 감소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시멘트 수송 등을 위해 화물열차 241개가 편성됐지만 총파업으로 46.9%인 113개만 운행했다. 컨테이너 수송 열차 운행도 줄었다. 당초 76개 열차가 편성됐지만 운행에 나선 열차는 43개(56.5%)에 그쳤다.

시멘트 업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주력 운송 수단이 철도인 시멘트는 사전 수송 등으로 5일분 사용량인 약 24만t을 비축 중이지만 최근 수도권 수요 증가로 파업 4일차인 12일부터 물량 부족이 예상된다. 충북 단양의 성신양회는 하루 운송되는 시멘트 2만t 가운데 60%인 1만2000t을 철로에 의존하고 있지만 파업으로 이날 화물열차 이용을 포기했다.

컨테이너 물류도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경기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는 하루평균 반출입량의 절반 수준인 400~5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가량만 수송했다. 전남 광양항과 여수산단 등에서도 일부 물류 차질이 발생했다. 여수산단과 광양항의 화물열차 운행이 하루 44회에서 15회로 단축됐다.

대전=임호범/광주=최성국/대구=김덕용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