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에 밀리면 안돼!…獨명품가전 밀레, 한국서 전략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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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진칸 회장 동반 첫 방한“아시아에서 성장을 이어갈 방안을 논의하고 밀레코리아의 전략도 배우고자 합니다. 5년 전에도 밀레의 글로벌 회의를 한국에서 열었죠.”
독일 가전업체 밀레의 라인하르트 진칸 회장은 10일 기자와 만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잠재력이 큰 중요한 시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전의 명품’으로 꼽히는 밀레는 카를 밀레와 라인하르트 진칸이 공동 창업한 후 두 가문이 114년간 4대째 공동 경영하며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진칸 회장은 이날부터 3일간 밀레의 아시아지역법인 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마르쿠스 밀레 회장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밀레의 두 회장이 함께 방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마케팅, 기술총괄 사장 등 밀레 본사 수뇌부와 7곳의 아시아지역 법인 대표들도 모두 서울로 집결했다.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회의가 열리는 호텔에 도착한 진칸 회장은 직접 체크인을 한 후 짐을 풀고 바로 회의장으로 입장했다. 그는 “이번엔 매장을 둘러보거나 경쟁사 경영자 면담 등의 일정은 하나도 잡지 않았다”며 “3일 내내 전략회의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략회의는 아시아 각국 법인장들이 밀레 본사 경영진에게 내년 사업계획을 보고하는 자리다. 각 법인별로 발표 후엔 본사 회장 및 사장들과 질의응답하며 중장기 사업방향을 논의한다. 이처럼 중요한 회의를 서울에서 열기로 한 것은 밀레 최고경영진들이 밀레코리아가 내고 있는 성과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는 한국 가전시장은 ‘외산 가전의 무덤’으로 불린다. 그러나 안규문 대표가 이끄는 밀레코리아는 법인을 설립한 2005년 이후 매년 15% 이상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밀레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자리잡도록 했고, 경기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 소비자(B2C) 시장으로 판매를 늘렸다. 매출 규모로 보면 한국은 아시아 7개 법인 중 중국, 홍콩에 이어 3위지만 성장률은 최고 수준이다. 자신감을 얻은 밀레코리아는 기존 청소기와 세탁기, 식기세척기에 이어 이달 냉장고와 냉동고도 출시했다. 652L 용량의 냉장고와 냉동고 가격은 825만원으로 국내 동급 제품에 비해 5배 이상 비싸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