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약자의 승리는 '기적'이 아니다, 강자와 다른 전략으로 싸운다면…

10분 글로벌 경영서
다윗과 골리앗
구약성서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만큼 잘 알려진 싸움 이야기도 드물다. 작은 체구의 목동 다윗이 비늘 갑옷과 황금 투구로 무장한 거인 골리앗을 돌팔매(무릿매)로 때려눕히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3000년 동안이나 열광해온 이유는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기적’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하지만 ‘아웃라이어’ ‘티핑포인트’ 등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맬컴 글래드웰은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로 승리한 것은 기적도, 그다지 놀랄 만한 일도 아니라고 말한다. 최근 미국에서 펴낸 신작 ‘다윗과 골리앗-약자, 부적응자, 그리고 거인과 싸우는 기술’에서다. 글래드웰에 따르면 다윗이 사용한 무릿매는 고대 전투의 주요 구성요소 중 하나다. 골리앗과 같은 투사가 있다면 투사를 호위하는 보병이 있고, 이들이 적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돌이나 활을 쏘는 무릿매꾼이나 궁수도 있었다는 것.

골리앗은 투사와의 싸움을 생각하고 나섰지만 다윗은 애초부터 골리앗과 같은 방법으로 싸울 생각이 없었다. 맹수들로부터 양을 보호하며 익힌 무릿매 기술과 빠른 발이 그의 무기였다. 반면 골리앗은 거인증으로 시력이 약했고 무거운 갑옷 때문에 발도 느렸다. 강자에게도 늘 약점은 있다는 뜻이다.

글래드웰은 책에서 다윗과 같은 승리가 결코 드문 경우가 아니라고 말한다. 전쟁의 역사를 보면 크고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승리하는 확률은 71.5%다. 28.5%는 작고 가난한 나라가 이겼다. 만약 작은 나라들이 강국과 다른 전술을 사용했다면 승리할 확률은 63.6%로 높아진다. 150년 전 프랑스에서 ‘살롱’ 전시회는 화가들에게 인생의 전부였다. 심사를 통과해 이 전시회에 출품해야 비로소 전문 화가로 인정받았다. 당시 기준으로는 납득이 안 되는 그림을 그렸던 클로드 모네, 에드가르 드가, 폴 세잔 등 인상파 화가들은 번번이 심사에서 탈락했다. 고심 끝에 그들은 아지트인 파리 게르보아 카페에 모여 “우리만의 전시회를 열자”고 결의한다. 글래드웰은 인상파 화가들이 계속 제도권 내에서 인정받으려 했다면 그들의 작품이 지금 세계 유명 박물관에 걸려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난독증을 극복하고 골드만삭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된 게리 콘 사장 등 현대판 다윗의 사례를 여럿 소개한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