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공조직만 공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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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동적이고 관료화된 공기업철도노조가 파업을 했다. 철도노조를 비롯한 공공노조는 한국 근로자 중 비교적 높은 보수와 고용안정을 누려온 기득권층에 속한다. 이런 그들이 지금 공공성을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저비용 고품질 서비스는 먼얘기…경쟁과 성과주의로 구조 바꿔야
김종석 < 홍익대 경영대학장·경제학 kim0032@nate.com >
민영화를 저지하는 것이 어떻게 공공성을 지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1년에 수천억원의 세금으로 연명하면서 사고로 얼룩진 철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공익이 아니다. 이번 파업이 우리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게 된다면 일자리 창출도 그만큼 지연되고, 민간부문 근로자들과 노조의 보호막조차 없는 대다수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공익은 공조직만이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민간조직을 통해 같은 요금, 같은 금액의 세금을 투입하고도 훨씬 좋은 질의 공공서비스를 누리는 나라와 분야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도 교육, 의료, 정유, 화물운송, 대중교통, 통신, 방범, 택배, 쓰레기수거 같은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서 민간 조직이 세금 신세를 지지 않고 양질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심지어 국영 교도소보다 예산이 덜 들어가는 민영 교도소도 있다. 공공성은 공조직이 담당해야만 보장된다는 것은 미신이고, 공공노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주술일 뿐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비효율적이고 낭비요인이 많은 부문이 공공부문이다. 공공부문이 그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그 나라 경제의 생산성과 활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더 이상 학술적 논의 대상도 아닌 과학적 진실이다. 이 때문에 어느 나라든지 경제위기를 극복하거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외 없이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은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은 공공부문이라는 사실로부터 기인한다. 공조직은 속성상 성과보다 과정, 효율보다 형평을 중시한다. 경쟁과 퇴출의 압력도 없다. 어느 조직이든 경쟁과 퇴출의 압력이 없으면 나태해질 수밖에 없다. 정년과 신분이 보장되고 일 잘한다고 해서 더 생기는 것도 없지만, 잘못해도 덜 받을 일이 없다. 당연히 사람들은 시키는 일만 하다가 주는 대로 받고, 퇴직 연금만 기다리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아무리 유능하고 부지런한 사람도 이런 분위기에서는 창의력을 발휘하거나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이런 편한 일자리를 흔들려는 시도에 극력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감사원 감사를 강화한다고 해서 공공부문의 효율성이 올라가고, 도덕적 해이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공기업들이 이렇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감사원 감사와 정부 간섭 때문이다. 정부 간섭이 심해질수록 공기업들은 더욱 관료화되고 피동적이 될 것이다.
공기업 개혁의 첫 단추는 조직이 경쟁과 퇴출의 압력에 노출되고 보상이 성과에 비례해 이뤄지도록 공기업이 속한 산업구조를 항구적으로 바꾸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철도구조개편안은 개혁이라고 볼 수도 없고, 별 효과도 없을 것이다.
아직도 국민에게 공기업은 정부의 일부분이고 공권력이다. 그래서 공기업 사장과 임원은 높은 분들이고, 공기업이 하는 일은 공권력 행사로 받아들여진다. 공기업이 하는 일은 민간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지녔고, 국민은 지시와 통제의 대상일 뿐이다. 과거 한국통신이 그랬고 포항제철도 그랬다. 이 회사들이 민영화된 지금은 어느 누구도 이 회사들이 하는 일이 이권이나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민영화된 이 회사들은 국민을 고객으로 받들고 있고, 국제경쟁력을 가진 우리 경제의 선도 기업이 됐다. 안타깝게도 코레일, 한국전력, 가스공사 같은 공기업들은 아직도 국민에게는 권력이고, 직원들은 공무원일 뿐이다. 공기업을 정치인, 관료, 공공 노조로부터 국민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 국민의 재산을 담보로 벌이는 그들만의 잔치를 끝내야 한다.
김종석 < 홍익대 경영대학장·경제학 kim0032@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