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62) 영리병원 설립의 손실과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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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영리병원의 법적 명칭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다. 병상이 30개 이상인 의료기관을 병원이라 하는데, 현재 한국에서 병원은 의사나 비영리법인만 설립할 수 있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은 주식회사 같은 영리법인이 설립한 병원을 말한다.
영리법인은 이윤을 내는 게 목적이어서 비영리병원과 운영에 있어 큰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만약 지금처럼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한 모든 국민을 진료할 의무가 있고(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이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이 정한 대로 진료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 영리병원이라도 이윤 추구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의 근본 요인은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서 제외된다는 부분이다. 건강보험제도로부터 벗어난 영리병원은 진료비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다. 이윤이 목적이니 진료비가 더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 누가 영리병원을 찾아갈까? 국민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영리병원이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비영리병원보다 환자 개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리병원의 일차적 고객집단은 한국 건강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이다. 관광객이 많은 제주도와 외국인을 끌어들여야 하는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허용된 것은 이 때문이다.
외국인이 주요 대상이라면 왜 반대 목소리가 높은가? 영리병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에 차별적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의료진을 확보하자면 고액의 보수가 필수적이고, 이런 금전적 유인이 우수한 의료 인력을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하면 나중에는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뛰어난 인력이 영리병원에 몰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재력이 있거나 상황이 절박한 내국인들도 영리병원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점차 영리병원을 이용하는 내국인들은 혜택을 받지도 못하는 건강보험료를 내기가 아까워질 것이고, 비영리병원들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영리병원이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를 환자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대신 특정 민간 의료보험 가입자만 진료하거나 진료 우선권을 줄 수도 있다. 영리병원 찬성 논거는 의료산업의 획기적 발전과 이로 인한 다른 산업과의 상승효과, 고용확대 등이다. 지지부진한 서비스산업 성장률을 생각하면 영리병원이 가져올 수 있는 산업 차원의 긍정적 파급효과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영리병원 도입이 국가경제 성장에 긴요하다면 정부는 이 때문에 의료 평등주의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는 약속과 방안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눈치 보며 말 돌리는 비겁함을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