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불황에 강한 '디벨로퍼' 엠디엠…부동산금융그룹 새 비전

Cover Story - 엠디엠

외환위기 때 원룸에서 창업…분양 마케팅 선두업체 명성
해운대 '월드마크 센텀' 등 개발사업 분양대박 행진
한국자산신탁 인수 이어 카이트캐피털 설립…'부동산·금융' 시너지 효과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부동산 개발 및 마케팅 업체인 엠디엠(MDM)은 ‘위기 때 더 강해지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올 들어 새로 매입한 택지는 5개 필지, 4600억원어치에 이른다. 내년에 이들 택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040여가구(1조4000억원)를 공급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부실로 신음하며 구조조정을 실시할 때 활발한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개발시장을 주도하는 엠디엠은 2010년 한국자산신탁(KAIT)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카이트캐피털을 설립, ‘글로벌 부동산 종합 금융그룹’이라는 비전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금융 계열사와의 협업으로 주력 사업인 부동산 개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도 커지고 있다. ○분양마케팅 선두업체에서 최대 디벨로퍼로

엠디엠은 1998년 외환위기 때 10평(약 33㎡) 원룸에서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부동산 마케팅 벤처회사’다. ‘Moon Development & Marketing’의 약자로, 나산그룹 임원 출신인 문주현 회장(57)이 창업한 회사다. 사명은 부동산 개발과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이다. 문 회장은 “최고의 부동산 마케팅 및 개발회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회사명에 이름을 넣었다”고 말했다.

엠디엠은 1998년 경기 분당신도시에서 코오롱건설(현 코오롱글로벌)의 ‘코오롱 트리폴리스’로 분양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집값이 반토막 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은 침체 상태였다. 엠디엠은 예상을 뒤엎고 성공리에 분양을 마무리했다. 당시 부동산 분양시장은 영업사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낙후된 분야였다. 이런 환경에서 주변 시세와 향후 집값 예측, 수요자의 자산 수준과 인구 유입 동향 등 통계·과학적 기법을 적용한 게 바로 엠디엠이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얘기다.

엠디엠은 ‘마케팅 잘하는 기업’이라는 입소문에 힘입어 ‘현대 슈퍼빌’(서울 서초동), ‘현대 하이페리온’(서울 목동), ‘파크뷰’(경기 성남시 정자동), ‘두산 파빌리온’(경기 성남시 정자동)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잇따라 분양했다. 엠디엠이 분양대행을 맡은 물량은 미니 신도시급인 4만가구에 달한다.

엠디엠은 분양마케팅으로 번 수익을 토대로 2007년 부산 해운대에서 주상복합 ‘해운대 대우 월드마크 센텀’을 내놓았다. 첫 번째 시행 프로젝트였다. 이후 ‘판교 푸르지오 월드마크’(경기 성남시 삼평동), ‘송파 푸르지오시티’(서울 문정동),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경기 수원시 하동), ‘판교엠타워’(경기 성남시 평동), ‘신야탑 푸르지오시티’(경기 성남시 야탑동), ‘서초 글로벌S 리슈빌’(서울 우면동),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경기 수원시)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분양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모두 해당 지역의 핵심 역세권과 붙어 있는 공공택지라는 게 공통점이다. 사람이 모이고 생동감이 넘쳐나는 곳에 주거시설을 선보이는 게 엠디엠의 개발 철학이다.

엠디엠은 시공사의 지급보증 없이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내는 등 자체 여력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PF 대출 대란 속에서도 개발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국자산신탁·카이트캐피털 등 금융 확대
부동산신탁사는 부동산 소유권을 수탁받아 개발·관리·처분하는 부동산 금융사다. 한국자산신탁은 1991년 설립된 대한부동산신탁의 업력을 승계한 회사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공기업 민영화 1호로 나온 매물이었다. 대형 은행이 인수자가 될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을 깨고 엠디엠이 인수, 파란을 일으켰다. 인수 당시 경영의 비효율성, 비경쟁성, 안정 위주 조직문화 등 공기업의 문제점들이 누적돼 있었다. 인수 후 기존 임직원을 그대로 승계하는 등 구조조정은 실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엠디엠은 인수한 지 불과 1년 만에 ‘알짜’ 부동산 금융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수익이 있으면 직원 복지 향상에 투입했다. 그 결과 노조는 자진 해산했고 ‘임직원은 모두가 사장이요 직원’이라는 의식이 자리잡았다.

부동산 PF 부실과 저축은행 사태로 신탁업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한국자산신탁은 수주액과 영업수익이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은 지난해 자본금 400억원의 여신전문 금융업체인 카이트캐피털을 설립했다.

○종합 부동산금융그룹으로 비상

엠디엠이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한 이유는 부동산 개발 분야에서 부동산 금융회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패러다임 변화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인수 후 엠디엠의 개발 사업과 한국자산신탁의 부동산신탁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게다가 개발(엠디엠)·신탁(한국자산신탁)·대출(카이트캐피털)이라는 3개 축이 조화를 이뤄 리스크는 줄고 사업 효율은 높아지고 있다. 엠디엠은 향후 카이트캐피털의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엠디엠은 외식·문화사업 업체인 블루코스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회사는 경기 성남시 분당과 인천 청라지구에서 대형 식당을 운영 중이다. 엠디엠은 기존 업종과 다른 분야의 경쟁력 있는 우량 기업을 인수할 계획도 갖고 있다. 사업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고 유망한 분야에는 언제든지 진출하겠다는 것. 문 회장은 “목표는 끝이 없고 우리 스스로가 규정하는 것”이라면서 종합 부동산금융그룹을 모태로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김진수/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