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스타⑧] 남과 다른 말랑말랑한 아침엔…'알람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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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진 기자 ] 전 세계인 중 700만명의 아침은 남들과 다르다. 어떤 이의 아침은 꼬꼬댁(닭)이, 또 다른 이의 아침은 빵야(식빵)가 깨워준다. 알람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알람몬' 이용자들 얘기다. 이들은 잠결에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야만 한다.
꼬꼬댁을 선택해 봤다. 새벽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면 하늘에서 끊임없이 달걀이 떨어져 깨진다. 그 사이 꼬꼬댁은 안달 나서 시끄럽게 울기만 한다. 35초가 지나니 두 배 빠른 속도로 달걀이 깨진다. 잠이 깨지 않으면 도무지 달걀을 지킬 수가 없다.귀여운 캐릭터에 게임 요소를 접목해 흥미로운 알람 서비스를 개발한 곳은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말랑스튜디오다. 올해 초부터는 중국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말랑스튜디오는 최근 캐릭터 시장도 노리고 있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남다른 공격적인 행보다.
◆ 5번 시행착오 끝 나온 아이템…'알람'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뚜렷한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말랑스튜디오는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사람이 있으면 좋은 사업 아이템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초창기 멤버부터 찾았습니다."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이사(30·사진)는 처음부터 말랑말랑하게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2011년 대학생이었던 그는 창업을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 하나만으로 말랑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병역특례 3년을 포함해 총 6년 동안 사회생활을 이미 경험한 뒤였다.
초창기 멤버 5명이 모여 한해 동안 5개 애플리케이션을 쏟아냈다. 그 중 당뇨병과 영양상태를 자가진단할 수 있는 앱은 업계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사업 방향을 틀어야만 하는 시점이었다."실제 여러가지 앱을 출시해보니 잘만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잘되는 것도 아니었고, 잘못 만들었다고 해서 잘 안되지도 않았어요. 결국 특정 상황에서가 아니라 매일 반드시 써야하는 앱을 만들어야 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김 대표는 모든 휴대폰에 기본으로 탑재돼 있는 알람 서비스를 주목했다. 알람이야말로 사람들이 하루에 한 번씩 꼭 사용하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알람들은 기능성은 높지만 별 다른 재미가 없었다.
"알람 서비스를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모으다보니 어렸을 때 갖고 놀았던 '다마고치'가 생각났어요. 키우던 다마고치가 밤새 죽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며 벌떡 일어나곤 했거든요. 동기 부여가 중요했던 겁니다." ◆ "세계인이 반할 '알람 괴물' 만들겠다"
말랑스튜디오는 지난해 1월 1일 직접 디자인 한 꼬꼬댁을 등장시키며 '알람몬'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한 달만에 이용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게임 요소를 가미한 알람 서비스가 시장에 통하는 순간이었다. 포털 사이트에는 '꼬꼬댁 끄는 법'이 연관어로 검색될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김 대표는 기존 이용자들을 붙잡기 위해 다크냥(고양이)부터 빵야(식빵), 두비(거북이), 싱구리(개구리), 게으름뱅어(붕어)까지 5개의 몬스터 캐릭터도 추가로 내세웠다. "이용자들이 한 캐릭터를 평균 3주 정도 이용하면 싫증내더라고요. 앱에 대한 로열티(충성도)를 확보하려면 통상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캐릭터 4~5개면 충분한 셈이지요"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 업체 컴투스와 제휴를 통해 인기게임 '타이니팜'의 양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를 이용해 중국 시장 진출도 일찌감치 노렸다. 이용자 700만명(12월 초 기준) 중 400만명이 중국인이다.
중국 시장은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를 통해 공략했다. 중국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단말기 제조업체 '샤오미'와는 알람몬 앱을 기본으로 장착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태국,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외 브라질도 말랑스튜디오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브라질은 서양권에 속한 국가이지만 일본 등 아시아 컨텐츠를 선호하는 이색적인 나라입니다. 또 한국과 미국, 일본과 같이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포화된 상태도 아니에요. 내년에는 월드컵, 2년 후에는 올림픽이란 큰 이슈가 있습니다. 시류를 잘 탄다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 캐릭터 업계 디즈니, 픽사 꿈꾼다
"세상을 즐겁게 하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 답게 말랑스튜디오는 캐릭터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말랑스튜디오는 디즈니, 픽사와 같은 도착지를 꿈꾼다.
말랑스튜디오는 첫 수익사업으로 알람몬 서비스 내 '캐릭터 장터'를 계획했다. 이 장터에서는 말랑스튜디오가 자체 제작한 캐릭터와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상품들을 판매한다. 인형부터 엽서, 스티커, 휴대폰 액정클리너, 티셔츠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경우 일본에서 캐릭터 상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주고 받는 메시지 속에 캐릭터가 녹아들어갔고, 자연스럽게 캐릭터 사업으로 이어진 것이죠. 알람몬 캐릭터 또한 그와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 일상생활에 즐거움을 더하기 위한 추가 서비스도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한창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런처, 잠금화면 시장은 이미 대기업에 장악됐다고 보고, 말랑스튜디오는 '비욘드 런처'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귀뜸했다.그는 "궁극적으로 알람몬의 캐릭터가 나의 삶,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의 캐릭터 알람은 오늘도 전 세계인들의 아침을 힘차게 깨우고 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꼬꼬댁을 선택해 봤다. 새벽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면 하늘에서 끊임없이 달걀이 떨어져 깨진다. 그 사이 꼬꼬댁은 안달 나서 시끄럽게 울기만 한다. 35초가 지나니 두 배 빠른 속도로 달걀이 깨진다. 잠이 깨지 않으면 도무지 달걀을 지킬 수가 없다.귀여운 캐릭터에 게임 요소를 접목해 흥미로운 알람 서비스를 개발한 곳은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말랑스튜디오다. 올해 초부터는 중국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말랑스튜디오는 최근 캐릭터 시장도 노리고 있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남다른 공격적인 행보다.
◆ 5번 시행착오 끝 나온 아이템…'알람'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뚜렷한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말랑스튜디오는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사람이 있으면 좋은 사업 아이템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초창기 멤버부터 찾았습니다."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이사(30·사진)는 처음부터 말랑말랑하게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2011년 대학생이었던 그는 창업을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 하나만으로 말랑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병역특례 3년을 포함해 총 6년 동안 사회생활을 이미 경험한 뒤였다.
초창기 멤버 5명이 모여 한해 동안 5개 애플리케이션을 쏟아냈다. 그 중 당뇨병과 영양상태를 자가진단할 수 있는 앱은 업계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사업 방향을 틀어야만 하는 시점이었다."실제 여러가지 앱을 출시해보니 잘만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잘되는 것도 아니었고, 잘못 만들었다고 해서 잘 안되지도 않았어요. 결국 특정 상황에서가 아니라 매일 반드시 써야하는 앱을 만들어야 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김 대표는 모든 휴대폰에 기본으로 탑재돼 있는 알람 서비스를 주목했다. 알람이야말로 사람들이 하루에 한 번씩 꼭 사용하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알람들은 기능성은 높지만 별 다른 재미가 없었다.
"알람 서비스를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모으다보니 어렸을 때 갖고 놀았던 '다마고치'가 생각났어요. 키우던 다마고치가 밤새 죽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며 벌떡 일어나곤 했거든요. 동기 부여가 중요했던 겁니다." ◆ "세계인이 반할 '알람 괴물' 만들겠다"
말랑스튜디오는 지난해 1월 1일 직접 디자인 한 꼬꼬댁을 등장시키며 '알람몬'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한 달만에 이용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게임 요소를 가미한 알람 서비스가 시장에 통하는 순간이었다. 포털 사이트에는 '꼬꼬댁 끄는 법'이 연관어로 검색될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김 대표는 기존 이용자들을 붙잡기 위해 다크냥(고양이)부터 빵야(식빵), 두비(거북이), 싱구리(개구리), 게으름뱅어(붕어)까지 5개의 몬스터 캐릭터도 추가로 내세웠다. "이용자들이 한 캐릭터를 평균 3주 정도 이용하면 싫증내더라고요. 앱에 대한 로열티(충성도)를 확보하려면 통상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캐릭터 4~5개면 충분한 셈이지요"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 업체 컴투스와 제휴를 통해 인기게임 '타이니팜'의 양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를 이용해 중국 시장 진출도 일찌감치 노렸다. 이용자 700만명(12월 초 기준) 중 400만명이 중국인이다.
중국 시장은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를 통해 공략했다. 중국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단말기 제조업체 '샤오미'와는 알람몬 앱을 기본으로 장착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태국,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외 브라질도 말랑스튜디오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브라질은 서양권에 속한 국가이지만 일본 등 아시아 컨텐츠를 선호하는 이색적인 나라입니다. 또 한국과 미국, 일본과 같이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포화된 상태도 아니에요. 내년에는 월드컵, 2년 후에는 올림픽이란 큰 이슈가 있습니다. 시류를 잘 탄다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 캐릭터 업계 디즈니, 픽사 꿈꾼다
"세상을 즐겁게 하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 답게 말랑스튜디오는 캐릭터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말랑스튜디오는 디즈니, 픽사와 같은 도착지를 꿈꾼다.
말랑스튜디오는 첫 수익사업으로 알람몬 서비스 내 '캐릭터 장터'를 계획했다. 이 장터에서는 말랑스튜디오가 자체 제작한 캐릭터와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상품들을 판매한다. 인형부터 엽서, 스티커, 휴대폰 액정클리너, 티셔츠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경우 일본에서 캐릭터 상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주고 받는 메시지 속에 캐릭터가 녹아들어갔고, 자연스럽게 캐릭터 사업으로 이어진 것이죠. 알람몬 캐릭터 또한 그와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 일상생활에 즐거움을 더하기 위한 추가 서비스도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한창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런처, 잠금화면 시장은 이미 대기업에 장악됐다고 보고, 말랑스튜디오는 '비욘드 런처'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귀뜸했다.그는 "궁극적으로 알람몬의 캐릭터가 나의 삶,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의 캐릭터 알람은 오늘도 전 세계인들의 아침을 힘차게 깨우고 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