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中시장…밀려나는 한국산

"진출 전략 다시 짜라"
경제 성장에 따른 소득 증가로 중국 내수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중국 최대 쇼핑일인 지난달 11일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www.taobao.com)의 하루 매출은 무려 350억위안(약 6조1000억원)에 달했다. 화장품은 작년 같은 날에 비해 67% 증가한 5억2000만위안어치가 팔렸다.

브랜드별 판매 순위를 보면 ‘중국 기업 약진’ 현상이 뚜렷하다. 작년 1위였던 미국의 에스티로더가 8위로 밀려나고 대신 ‘아푸’ ‘위니팡’ 등 중국 토종 브랜드가 상위 10개 중 7개를 차지했다. 상위 50위 브랜드 중 한국 브랜드는 라네즈(12위)와 더페이스샵(31위)뿐이었다. 한국 상품 유통업체인 H1몰의 남기범 사장은 “중국 브랜드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한국 등 외국산 화장품 브랜드가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욕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온 상당수 한국 기업이 판매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전자는 2008년 4%였던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도 매출 정체 상태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해 한때 27개 점포를 운영했으나 손실이 커지자 11개 점포를 매각하고 신규 출점을 중단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현지 공략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 구도에 비춰 마음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내수 수입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비중은 2007년 7.0%에서 2011년 5.5%로 낮아졌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2020년 10조달러로 커지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벤처기업실장은 무역협회 의뢰로 만든 ‘중국 내수시장 전략보고서’에서 “지역별 특화 상품으로 시장을 파고드는 한편 중간재로 중국 안방 시장을 공략하는 등 중국 내수시장 진출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