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강국으로 가는 길] "소재산업은 제조업과 달라…창의적 마인드로 장기투자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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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재 선진기업들의 제언한국 소재 산업의 경쟁력은 어느 수준일까. 완제품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부 그룹 계열사들이 신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이 소재 강국으로 가기 위한 조건을 선진국 소재기업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봤다. 독일 바스프, 미국 다우케미컬, 일본 도레이 등 글로벌 4강에 속해 있는 소재 기업 임원들은 한결같이 창의성이 탁월한 우수 인재를 확보한 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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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예니쉐스 바스프 아태지역 전자재료 사업본부 사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소재 산업을 키우기 위한 핵심 요소로 끈기 있는 투자를 강조했다.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바스프는 전자소재 분야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에 들어가는 기초 재료나 공정용 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세정·에칭(산화막 제거 공정) 등 화학 소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발광 소재 등이 대표 제품이다. 합작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할 것도 주문했다. 독일어인 ‘페어분트(Verbund)’는 단순 합작 기업 형태가 아니라 양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결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바스프가 세계 소재 분야를 이끌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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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
아베 소장은 “첨단소재 기업은 연구개발(R&D)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며 “R&D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을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생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용이라면 줄일수록 이익이지만 선행 투자는 충분치 않을 경우 오히려 손해가 된다는 인식을 경영자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사 평가 시스템도 ‘감점(減點) 주의’에서 ‘가점(加點) 원칙’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원은 실패를 거듭하기 마련”이라며 “실패할 때마다 점수를 깎는 감점 시스템은 직원들의 도전의식을 갉아먹는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이익에 집착하지 않는 여유도 필수다. 아베 소장은 “도레이는 언제 어디에 쓸지 모르는 재료도 연구원들이 흥미를 느낀다면 일단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대박은 오히려 이런 쓸데없어 보이는 연구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수요가 생기기도 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캐시 마컴 다우케미컬 전자재료 연구개발(R&D) 총괄(사진)은 기자에게 대뜸 질문부터 던졌다. 한국이 TV와 스마트폰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소재 산업에선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있느냐는 것이다.
마컴 총괄은 “한국에는 우수한 인력도 많고 글로벌 네트워크도 잘 갖춰져 있다”며 “소재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한데도 한국만의 특별함이 없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우케미컬이 진출해 있는 나라들 중에 한국 소재 산업에서만 느끼는 독특함이 부족하다”며 “예를 들어 대만과의 차이는 무엇이며 일본보다 나은 건 뭐냐고 물을 때 자신있게 ‘무엇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