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제작 김민기 대표 "난생 처음 114억원 대박…감독·배우에 절반 줬죠"

아듀 2013 - 영화 관객 2억명 시대
올해 국내 영화관을 찾은 관객이 처음으로 2억명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18일 오전 10시께 올해 관객 수가 2억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년 연속 관객 1억명을 돌파한 한국영화가 2억 관객 시대를 여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올해 최다 관객을 모으며 최고 수익을 거둔 영화는 ‘7번방의 선물’. 1281만명을 모아 총 매출이 914억원, 극장 몫을 제외한 제작 및 투자배급사 측 매출은 457억원이다. 총 제작비 58억원을 제외하면 순익은 399억원에 이른다. 이 중 114억원을 챙긴 제작사 화인웍스의 김민기 대표(51·사진)는 최근 한국벤처투자로부터 올해 최고 수익을 거둔 영화제작자로 선정됐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수익금 중 절반 정도는 연출자인 이환경 감독과 류승룡 등 출연자와 현장 스태프에게 인센티브로 줬습니다. 나머지 절반으로는 그동안 제작사를 운영하면서 진 빚을 청산하고 약간 남았지요. 하하.”

2005년 화인웍스를 설립한 김 대표는 ‘7번방의 선물’ 전까지 영화 7편, 드라마 ‘이브의 유혹’ 등 8편을 제작했지만 흥행에 성공한 것은 영화 ‘마음이’ 한 편뿐이었다. 2011년 이 감독과 함께 만든 ‘챔프’도 흥행에 참패했다.

“재정적인 압박이 컸지요. 생존이 화두였어요. 돈이 없으니까 인간적인 품앗이 형태로 작품을 개발해 투자를 받았지요. 이 감독과는 2006년부터 동고동락하면서 함께 일했어요. 충무로에서는 한 번 실패하면 헤어지는 게 관행이지만 우린 계속 함께 일했습니다.” 두 사람은 경마를 소재로 한 ‘챔프’가 실패한 뒤 그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진부한 기획 △트렌드에 뒤떨어진 정통 드라마 △관객 흡인 요소 부족 등으로 모아졌다. 그래서 두 번째 작품 ‘7번방의 선물’은 미국 드라마처럼 빠르게 전개하면서 부성애를 섬세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려내 관객들이 공감하도록 만드는 데 주력했다.

“어린 딸이 박스 속에 들어가 감옥으로 반입되는 장면이 관건이었어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관객들이 받아주지 않았더라면 거기서 끝났을 거예요. 하지만 영화적 상상력으로 수용해주면서 흥행의 실마리를 잡았지요.”

이 영화를 계기로 집안에서 ‘아저씨’ 취급을 받던 아빠의 위상도 달라졌다. 영화를 본 딸들이 아빠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고, 방송가에서는 ‘아빠 어디가’ ‘유자식 상팔자’ 등 가족 관계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이 감독과 저는 서로를 ‘덤 앤 더머’라고 소개합니다. 우직하고 멍청하게도 한 길로만 간다는 뜻이지요.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양보하니까 가능했지요. 차기작도 함께 만들 겁니다. 세 편을 연속 작업하는 것도 충무로에서 처음이죠. 후배들에게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랜 기간 신뢰하고 협력해야 흥행작도 만들 수 있다고 말이죠.”

빚을 진 상황에서도 꾸준히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도 인간관계를 깨뜨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채권자들에게는 양해를 구하며 조금씩 갚아나갔다. 제작비는 투명하게 관리했고, 스태프들한테는 돈 정리를 깔끔하게 해줬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한 것이야말로 제가 위기를 극복하면서 기회를 만들어낸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에서는 일거리를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지요. 성패는 다음 문제입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