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완월동 '100년 집창촌'서 예술마을로

성매매특별법 이후 슬럼화…상업지 재개발도 실패
市, 문화·관광 재생계획 용역 의뢰…2014년 시범사업
부산의 대표적 집창촌이자 산 중턱을 지나는 산복도로인 ‘완월동’이 내년부터 문화예술마을로 새롭게 변모된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완월동 일대가 슬럼화되고 있는 데다 상업 업무지구로 탈바꿈시키려던 재개발사업마저 건설경기 침체 탓에 실패로 돌아가면서 새로운 활기를 모색하기 위한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자갈치시장과 공동어시장,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에다 부산의 명물인 영도다리, 용두산공원과도 자동차로 5분 거리로 가까워 예술문화촌으로 탈바꿈시킨 뒤 시장과 관광벨트를 구축해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명소로 키우겠다는 것이 부산시의 계획이다.

부산시는 성매매업소 집결지였던 서구 충무동2가 완월동 재생계획 용역을 부산발전연구원에 의뢰한다고 18일 발표했다. 문화예술과 주거 재생을 결합한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다. 용역이 내년 6월 완료되면 하반기 시범사업을 거쳐 2015년부터 재원을 본격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완월동 개발에 일본 요코하마의 ‘고가네초’를 모델로 삼았다. 요코하마시는 2009년부터 매춘업소 250곳이 밀집한 고가네초를 갤러리·서점·창작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시가 임대한 건물 70여곳은 현재 예술가의 아지트나 연구소로 변신했다. 또 경찰도 24시간 순찰해 매매춘은 대부분 사라졌다. 완월동 집창촌의 면적은 9만㎡다. 부산시는 이곳의 집창촌 건물을 활용한 창작 거점센터 구축과 민간 주도의 공공예술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완월동의 역사를 스토리텔링하고 공동어시장·국제시장이 연계된 관광벨트를 구축할 방침이다. 관광객이 바다를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친수공간도 마련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일부 건물을 매입 또는 임대해 예술 공공건물로 활용하거나 집 소유자들이 직접 예술촌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김영환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은 “부산 감천문화마을처럼 관광객이 늘면 쇠락한 동네에 활기가 돌 것”이라며 “완월동에서 성과가 나면 해운대 집창촌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완월동은 1907년 일제시대 때 미도리마치라는 홍등가로 태동한 집창촌으로 100년 이상 방치돼왔다. 해방되면서 항구도시 부산을 찾는 외항선 선원들이 주로 찾았던 곳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가도를 달리던 1980년대에는 120곳이 넘는 업소에 2000여명의 여성이 종사했으며 2004년 초까지도 80여개 업소, 600여명이 일했다. 하지만 2004년 11월 성매매매특별법 시행에 따른 경찰의 강력한 단속으로 지금은 대부분 업소가 문을 닫고 업종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업종전환이 제대로 안돼 빈집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완월동은 2007년 5월 충무뉴타운 계획에 포함돼 주상복합형 상업·업무지구로 탈바꿈을 기대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건설경기 침체로 시공사가 나타나지 않아 지난해 1월 뉴타운에서 해제됐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도록 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