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IT의 미래, 집으로 향하다<上>] 진화하는 '스마트 더듬이'…2014년 스마트홈 시대 '원년'

사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틸컷. 주인공 톰 크루즈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주택 창가에 주차하고 있다.
[ 김민성 기자] #1. 미래로 2054년… "나 집에 왔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러닝타임 16분 20초.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주택 창문에 바로 주차(사진)한 톰 크루즈가 집으로 들어와 허공에 외친다. "나 집에 왔어(I'm Home)."

사람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다. 혼자 사는 집안 전등이 순식간에 켜진다. 피곤함이 묻어 있는 "나 왔어"라는 말의 늬앙스를 이해한 컴퓨터가 그의 기분에 맞혀 클래식 음악을 자동 재생한다.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가녀린 듯 장엄한 클래식 배경음악을 뚫고 크루즈가 "머리 위"(오버헤드)"라고 다시 말하자 그의 정수리위 전등이 켜진다. 책상 위 후레이크 통을 집어들면 상자 표면에서 동영상 광고가 재생되고, "월스크린(Wall Screen)" 한마디에 시선 맞은편 벽에 극장 같은 화면이 펼쳐진다. 뿜어져나온 3D입체 영상 위로 등장한 아내와 아들. 가상 현실 속 가족 얼굴을 어루만지며 크루즈는 추억에 잠긴다. #2. 과거로 1965년…48년 전 내다본 2000년 우리네 생활
사진= 1965년 만화가 이정문 화백이 그린 '2000년대 생활' 상상도 만화.
1965년 만화가 이정문 화백의 상상도(사진). 35년 뒤인 서기 2000년 기술발달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할지 상상한 한 장의 만화다. 2000년에서 14년이 더 흐른 지금, 자세히 보면 달나라 여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현실화 됐다는 걸 알 수 있다.

휴대전화는 온 국민이 한대씩 다 갖고 있을만큼 대중화됐다. 소형TV, DMB는 이미 퇴물이 됐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초고속 데이터 통신으로 즐기고 있고, 5분이면 광화문 한복판에서도 영화 한편을 내려받는다. 원하는 영상을 찍어 어디서든 누구나에게 보낸다. 종이신문은 전자신문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고, 인터넷 강의는 수험생의 유비쿼터스 공부방이다. 로봇청소기는 신혼집 필수품이며 전기자동차도 심심찮게 굴러다닌다.

#3. 현재 2014년으로… IT의 미래, 집으로 향하다
사진= 애플이 아이폰5S에 선보인 '지문 인식' 기능. 출처=애플 공식 홈페이지
수많은 센서들이 사람의 몸을 뒤쫓고 있다. 그 출발점은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 단순 전화기능과는 이미 오래 전 작별한 스마트폰은 사람의 몸 구석구석을 탐지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시리(siri)'로 상용화한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마트폰 내 센서들이 사람의 지문이나 눈동자의 움직임 등을 읽는 시대다. 홍채를 인식하는 센서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홍채는 지문보다 더 많은 고유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보화하면 보안용 인증 기술로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다.

사람의 동작이나 행동 패턴을 인식하거나 뇌파를 감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알아서 제공하는 완성도 높은 '인지 기술(Cognitive Tech)'이 스마트폰 속에 녹아들 날도 멀지 않았다.

이제는 다음 단계.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이 외피를 벗고 다른 가전제품과 본격 교감하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은 '주인님' 취향을 시시각각 빅데이터로 저장, 분석하고 가정 내 모든 디바이스와 소통한다.

'스마트 홈(Smart Home)' 시대. IT기술의 미래가 일제히 집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

■ 런던오토메이션(London Automation) 사의 스마트홈 시연 동영상


스마트폰은 사람의 음성 명령을 인식, 냉장고 세탁기 TV는 물론 화장실 변기 등 사물과 교신을 시작한다. 집 밖에서도 사용자 명령 및 상황을 스마트 홈 컴퓨터로 전송하고, 그 대응 결과를 다시 사용자에게 보고하는 커뮤니케이션 허브다.

주택 내 독립된 센서들은 앞서 '마이너리티 리포트' 예처럼 사람의 동선을 감지, 전등 및 가전제품, 보일러 등을 자동으로 작동시킨다. 센서는 집 안 사람 존재 여부 뿐 아니라 그 사람이 누구인지까지 구별한다. 대상자 취향에 맞는 조명과 온도, 음악,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도 설정한다. 이같은 설정 정보를 시시각각 특정 서버에 빅데이터로 저장, 더 강력한 맞춤 서비스를 준비한다.

스마트폰 및 실내 센서 등의 '스마트 더듬이'들은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때 비나 눈이 오는지 아니면 쾌청한지 등 외부 날씨를 분석한다. 요일이나 낮·밤 등 시간적 요인도 함께 고려, 실내 조명 및 분위기를 유지한다. 에너지 절약까지 감안, 냉·난방 적정 온도를 선제적으로 설정한다.

통합 관제시스템을 갖춘 인텔리전트 빌딩에 쓰이던 각종 자동화 기법이 가정 자동화에 자연스럽게 적용되는 셈이다. 문과 창 제어 및 보안 시스템, 홈 헬스케어 등 분야로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스마트홈이 인텔리전트 하우스 또는 IT 주택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사진=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15가지 제품' 중 집안을 청소하는 로봇의 모습. 출처=블룸버그 통신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2014년이 '스마트 홈' 발전의 원년이 될 것으로 입을 모은다. 특히 신규 주택 건립 시 빌트인으로 설치되던 유선 방식 홈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무선 네트워킹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이 스마트TV와 냉장고, 세탁기, 전기밥솥, 보일러 등 대부분 가전제품과 무선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근거리무선통신(NFC) 등으로 쌍방향 연결된다. '사물 인터넷'이라 불리는 물건 간 본격적인 교감이 시작되는 또 한번의 변혁기인 셈이다.

최상만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 기획조정실장은 "2014년은 스마트폰과 가전이 무선으로 연결되는 스마트 가전 보급의 원년이 될 것"이라면서 "스마트홈 시장이 미국 등 선진국처럼 B2B 사업모델에서 이제는 소비자 만족을 중시하는 B2C로 본격 이동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이어지는 [신년기획. IT의 미래, 집으로 향하다<中>]에서는 스마트 홈 시장 선점을 위한 세계적 기업들의 기술 경쟁 현황을 짚어봅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