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KBS수신료 올려야 하나

한국방송공사(KBS) 이사회는 지난 10일 여권추천 이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의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7일 KBS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는 전담반을 구성해 KBS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고 내년 1월 중 결론을 내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수신료 인상안은 방통위의 검토를 거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로 보내져 심의·통과한 후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해야 확정된다.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야권 추천 이사들이 불참한 가운데 강행 처리한 과정과 인상의 정당성, 인상 폭의 적절성 등을 두고 뜨거운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KBS는 수신료가 1980년 이후 33년째 동결돼 빚어지는 왜곡된 재원 구조를 바로잡고 광고방송으로 인한 시청률 경쟁으로 훼손된 공영성을 회복하며,지털 시대를 맞아 시청자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도 최근 발표한 ‘방송산업 발전 종합계획’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현실화’를 정책 과제로 정해 인상안에 힘을 실어줬다. 여당인 새누리당도이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반면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은 공정방송 회복과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KBS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 없이는 수신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수신료는 사실상 세금과 비슷한 준조세 성격이라며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에 대해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번 맞짱 토론에서는 수신료 조정안 심의를 담당하는 국회 미방위의 여당 간사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과 야당 간사인 유승희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각각 찬성과 반대 논리를 들어봤다.

찬성 / 공영방송 主 재원은 수신료…광고 의존땐 공공성 훼손
공영방송 KBS의 수신료 현실화 문제에 대해 이제 결론을 내야 할 때다. 세계적으로 볼 때,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50여개 국가에서 공영방송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대다수가 수신료로 필요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이는 정치나 자본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서 공정성과 공익성을 추구하면서 다양하고 보편적인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제도가 공영방송이고, 공영방송의 철학과 원리를 구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재원은 수신료라는 사회적 합의 때문이다. 국내 방송법도 KBS에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부여하고 공적 자산인 수신료를 통해 그 재원을 조달하도록 정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공영방송의 공적 재원 비중이 크면 클수록 공영적 프로그램 편성이 강화되고 이는 사회 전체에 공영적 프로그램의 확대를 가져온다고 보고한 바 있다. 대처 총리 시절 BBC 상업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구성된 피코크위원회도 영국의 자랑인 BBC의 경쟁력과 높은 위상은 수신료 재원에 기인한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수신료 재원과 공영방송의 정체성이 갖는 불가분의 관계를 설명한 것이다.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대표 언론 KBS의 재원 구조는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수준이다. 공영방송의 주 재원이 돼야 할 수신료 비중이 40%에도 못 미치고 60% 이상의 재원을 광고 등 상업적 재원에 의존하고 있다. 1981년 이후 30년이 넘도록 수신료가 월 2500원으로 묶인 상태에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광고 협찬 등에 매달려온 결과다.

30년째 월 2500원으로 묶여…수신료 비중 40%도 못 미쳐

공영방송마저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고 광고, 협찬에 경영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공익적 가치의 축소는 물론이고 시청자의 방송문화 복지가 후퇴할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의 왜곡된 재원 구조가 공공의 손실로 귀착되는 것이다. 세계적 공영방송인 영국 BBC, 일본 NHK는 광고방송을 하지 않는다. 독일 프랑스 등의 공영방송도 일부 광고방송을 하지만 그 수입 비중이 20%를 넘지 않는다.

KBS는 수신료 수입 정체, 다채널 시장 경쟁에 따른 광고 수입 위축 속에서 방송제작비 등 급증하는 비용 요인으로 적자 구조가 심해졌다. 7000억원이 넘는 디지털 전환 비용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3000억원이 넘는 차입이 발생했다. 제작비를 삭감하고 간부들이 급여 일부를 반납하면서 자구 조치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수신료 수입이 부족해 시청률과 광고에 매달리는 공영방송에 상업방송과 차별화한 품격 높은 방송을 요구하는 것은 어렵다.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와 스마트 복지를 주문하는 것도 힘겹다. 대한민국의 품격과 문화를 대표하는 세계적 방송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 역시 연목구어다.

KBS는 최근 수신료 인상 계획과 관련해 공적 책무를 확대하는 10가지 방안을 약속했다. 사회적 약자 배려, 통일을 준비하는 방송과 재난재해방송 강화, 지역방송 활성화, 세계적인 고품질 프로그램 제작과 한류 확산, 국내 방송문화 중심으로서의 역할과 기여, 무료 디지털 방송 서비스 확대, EBS 지원 확대와 저소득층 수신료 부담 경감 등이다.

이모두가 영리를 추구하는 상업방송이 할 수 없는 공익적 책무와 과제들이고, 공영방송 KBS가 맡아야 할 역할들이다. 디지털, 스마트 시대의 시청자들은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KBS의 새로운 비전은 이런 국민적 기대에 호응한 것으로 생각한다.

수신료 수입을 확대하는 것은 KBS만의 문제를 넘어 콘텐츠 시장 전체, 특히 열악한 환경에 몰려 있는 외주제작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과도 직결돼 있다. KBS의 재정 악화가 곧바로 외주제작사의 생존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도 속히 해소돼야 한다. 전체 콘텐츠 시장의 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수신료 수입 확대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30년 넘게 고정된 수신료 금액을 현실적 재정 수요에 맞추기 위해 수신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는 점 또한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에게 추가 부담을 요구하기 전에 KBS 스스로 경영 합리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KBS도 경영합리화 통해 자구노력 최선 다해야

KBS는 그동안 자연스러운 인원 감축 등을 통해 방만한 지출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온 것으로 평가한다. 앞으로 5년간 160여명의 인력 감축, 매년 사업경비 절감 운영, 유휴자산 매각, 그리고 프로그램 경쟁력과 사업전략 강화를 통한 콘텐츠 판매 수입 확대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1981년 이후 영국 BBC는 24차례 수신료를 인상했다. 사회적 논란과 갈등 속에서도 공영방송의 가치에 대한 영국 국민의 믿음, 인내와 지원이 있었던 것이다. 그에 힘입어 BBC 뉴스와 다큐멘터리가 저널리즘의 전형으로 고품격 콘텐츠의 모범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다. KBS에 대해 공영방송의 이름에 걸맞은 책무와 역할을 요구하자면 왜곡된 재원 구조, 불안정한 재정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수신료 인상은 우리 사회가 공영방송다운 공영방송을 갖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반대 / 난시청 문제 아직 그대로…국민의 이해·공감 못 얻어

지난 10일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이사들만으로 이사회를 개최해 현행 2500원인 TV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단독 의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인상안을 제출하는 과정에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개인 휴대단말기에까지 수신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각계의 반발 또한 커지는 상황이다.

공영방송이 국민의 방송으로서 공익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광고 수익보다는 수신료를 통한 안정적 재원 마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고도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가지는 방송의 경우 자본과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32년간 동결된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는 KBS 주장 또한 이해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문제는 KBS의 수신료 인상에 대해 심정적으로라도 공감하는 국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수신료 인상에 공감할 수 없나.

유료방송 가입없이 잘 못봐…국민 82%가 추가비용 물어

첫째,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여부를 떠나 언론의 기본 사명은 권력 감시와 비판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KBS가 이런 기본적인 책무조차 등한시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국민의 31.5%가 불공정 편파 방송을 꼽았다는 어느 설문조사 결과도 이것을 반증한다. 국민적 관심사인 국정원의 선거 개입,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밀양 송전탑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뉴스가 축소 누락되는 일이 허다했다. 심지어 국정원을 비판하는 추적60분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불방했다. 반면 대통령과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찬양 일색의 보도가 넘쳐났다.

둘째, 지상파방송 난시청 때문에 수신료를 내고서도 KBS를 직접 볼 수 없는 국민이 태반이라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KBS 주장대로라면 수신료 2500원을 내는 국민은 누구나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아도 적어도 KBS만은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상파 직접 수신 비율은 7.9%에 불과하고 82.1%의 국민이 KBS 수신료 외에 추가 비용을 내고 있다. 명백한 이중 부담이다. 물론 자발적으로 유료방송 시청을 원하는 국민이 그렇게 많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대다수의 국민이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KBS를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KBS를 볼 수조차 없는데 정작 수신료는 내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지하철에서도 휴대전화와 무선인터넷이 연결되는 대한민국에서 KBS를 볼 수 없는 지역이 태반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이유는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전국 곳곳에 기지국을 설치하는 데 반하여 KBS는 난시청에 대한 기본적 투자조차 게을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가 난시청 해소를 명분으로 2010년 설립한 ‘디지털시청 100% 재단’의 경우 2012년 예산 집행률이 2%에 불과했고, 난시청 해소에 필수적인 소출력중계기 예산은 단 한푼도 집행하지 않았다. 수신료를 내고서도 KBS를 볼 수 없는데 수신료를 더 내야 한다면 누가 공감할 수 있을까?

일부 KBS 이사들도 반대…수신료는 준조세와 다름없어

셋째, KBS 이사회의 수신료 인상안 통과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문제다. KBS 이사회는 과반 출석과 출석 과반수 의결로 수신료 인상안 통과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전체 11명 중 4명이나 반대한 수신료 인상안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는 힘들다. 법적 하자야 없을지 모르나 국민의 공감은 더더욱 얻기 힘들다. KBS 이사 전원이 수신료 인상안을 찬성해도 공감이 어려울 마당에 KBS 이사들조차 반대하는 인상안을 어떻게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KBS 이사회는 먼저 이사 전원에게 수신료 인상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납득시켰어야 한다. 수신료는 준조세로서 세금과 다를 바 없다. 세금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인상 등을 결정하는데, KBS 이사회가 결정하는 수신료 인상안의 경우 더더욱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

이외에도 할 말은 많다. KBS의 보도 공정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 공영방송 사장에 소위 정권의 낙하산이 내려오는 구조적인 문제, 수신료의 투명 운용을 위한 회계 분리, 과도한 사내복지기금 출연 등 방만 경영의 행태 등 열거하기조차 어려운 문제가 즐비하다. 국민들이 이런 모든 부분에 대해 KBS가 100점 만점을 받아야 수신료를 인상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KBS는 물가인상률에도 한참 못 미치는 32년 수신료 동결의 문제점을 역설한다. 그러나 32년 동안 성숙한 국민의 의식 상승률과 공영방송에 대한 기대를 KBS가 전혀 못 따라가는 것이 더 큰 문제 아닐까.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그렇지 않은 MBC, SBS, 종합편성채널은 과연 어떻게 다른지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이 묻기 전에 ‘우리 KBS’는 이렇게 다르다는 그림이 이미 국민의 마음 속에 그려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돈을 요구하기 전에 국민의 마음 속에 KBS에 대한 멋진 그림 하나가 잡혀 있기를 꿈꿔본다. ■ 읽을 만한 자료

△공영방송, 동녘, KBS방송문화연구소, 2013
△공영방송의 이해, 한울아카데미, 최영묵 외, 2012
△방송 보도를 통해 본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 컬쳐룩, 심석태 외, 2013
△한국미디어산업의 변화와 과제, 커뮤니케이션북스, 강재원 외,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