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넘던 파인크리크 회원권 60%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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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거래소 2013 결산…골프회원권 값 5년째 하락모기업이 부실하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골프장의 회원권 값이 대부분 1년 만에 절반가량으로 폭락했다.
모기업 '법정관리' 렉스필드, 1년새 2억 사라져
에이스회원권거래소가 24일 발표한 ‘2013년 골프 회원권 시장 결산’ 자료에 따르면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레저의 회원제 골프장 파인크리크CC(경기 안성)와 파인밸리CC(강원 삼척)가 올해 회원권 값 하락 순위 1, 2위를 차지했다. 파인크리크는 지난 1월 회원권 시세가 2억4000만원이었으나 현재 9500만원으로 1억4500만원(60.4%)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파인밸리 가족회원권은 연초 83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51.8% 추락해 반토막났다. 파인밸리 개인회원권도 52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42.3%나 떨어졌다.
○모기업 부실 골프장 직격탄
법정관리 중인 충남 천안의 버드우드CC도 1700만원에서 850만원으로 50%가 떨어져 반쪽짜리 회원권으로 전락했다. 신탁공매가 진행 중인 상떼힐CC(충북 음성)도 2300만원에서 1150만원으로 반값이 됐다. 8월에 부도 난 ‘제주 1호 골프장’ 제주CC도 3000만원에서 1700만원으로 43.3% 떨어졌다. 모기업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렉스필드CC(경기 여주)도 연초 5억원에서 3억500만원으로 1년 새 1억9500만원(39%) 하락했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가 전국 116개 골프장의 가격 등락을 지수화한 ‘에이스피지수’는 1월 748.9포인트에서 현재 714.2포인트로 4.6% 떨어졌다. 지난해 11.5%에 비해 하락폭이 줄어들었으나 2009년 이후 5년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에이스피지수는 2005년 1월1일 기준 1000포인트로 출발했으며 714.2포인트는 이 지수를 발표한 이래 역대 최저점이다. 회원권 평균 금액은 1억1172만원에서 1억174만원으로 998만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업 탄탄한 곳 상승올해 회원권 가격이 오른 곳도 있다. 주로 대기업이나 자금 여력이 좋은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소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가평베네스트는 삼성에버랜드라는 튼실한 모기업 덕분에 7.4% 상승했다. 수도권 인근에서는 사조산업이 최대 주주로 있는 캐슬렉스가 5.8% 상승했고 하이트맥주가 운영하는 블루헤런은 6.9%, 코오롱그룹의 우정힐스도 8.5% 상승했다.
영남권에서는 주주제나 사단법인제 회원권이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주주제인 창원, 경주신라, 파미힐스가 3~8%대 상승세를 탔고 사단법인제로 운영 중인 울산과 부산도 각각 7%, 4.9% 상승했다. 우제균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애널리스트는 “법정관리 상황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이 이뤄진 골프클럽Q안성 회원들이 입회금의 17%만 변제받는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입회금 반환 여력이 회원권 구매의 최우선 기준이 됐다”며 “과거 골프 회원권 선택 기준이 접근성과 부킹률이었다면 최근에는 모기업의 안정성을 기준으로 한 매수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무기명, 소멸성 회원권 인기
거래가 활발한 회원권도 있다. 10억원 이상을 호가하던 무기명 회원권은 경쟁이 붙으면서 가격이 하락해 법인 수요가 늘었다. 불황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쿠폰, 선불형 골프카드, 골프 상품권 등 ‘소멸성 회원권’도 인기를 끌었다. 주중 시간대가 남는 수도권 외곽 지역이나 지방 골프장들이 소멸성 회원권을 적극적으로 팔았고 동호회나 레저 관련 업계 종사자가 많이 찾았다.
반면 무기명 회원권은 초고가대 회원권에 악영향을 끼쳤다. 초고가대 회원권은 하락폭이 8.1%로 평균(4.6%)의 2배에 달했다. 소멸성 회원권은 저가대 회원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5.7% 하락을 이끌었다.
지역별로는 호남지역 골프장이 6.1%로 가장 많이 하락했고 중부권 5.7%, 제주권 5.3%, 영남권 4.3% 순으로 각각 떨어졌다. 한 회원권거래소 관계자는 “회원권 거래 시장이 실사용자 위주로 개편되면서 매물이 급감하고 있어 연초에는 적은 규모의 매수세로도 시세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