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장기화] 명동성당·조계사, 수배자들의 '소도'?

노동단체 농성·은신처 역할
2000년대 퇴거 조치 요구도

< '소도' : 죄인이 도망쳐도 잡지 못하는 곳 >
불법 철도파업으로 경찰이 추적 중인 철도노조 지도부가 서울 종로 견지동 조계사에 은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배자들의 은신처로 종교시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종교시설은 수배자가 도망쳐 오더라도 섣불리 공권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장소다. 이런 이유로 조계사와 명동성당은 그동안 죄인이 도망쳐도 잡아가지 못한 삼한시대의 ‘소도’처럼 여겨져왔다.

1970~1980년대에는 주로 명동성당이 은신처 역할을 했다. 당시 재야·노동단체들의 농성장이 되면서 명동성당은 ‘민주화의 성지’ 또는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기도 했다. 민주화운동이 최고조에 달한 1987년에는 127차례의 집회가 명동성당에서 열렸다.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참사’와 관련해 불법집회 주도 등의 혐의로 수배된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등 시민단체 인사들도 같은 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명동성당에 머물렀다.

조계사는 2008년 촛불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지도부가 몸을 피하면서 수배자들의 새로운 ‘소도’로 주목받았다. 당시 조계사 주변에서 검문검색을 벌이던 경찰이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의 차량을 ‘과잉 검문’해 당시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논란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종교시설들은 수배자 은신을 묵인해왔지만 2000년 이후부터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사례도 많다. 2000년 12월 명동성당은 한국통신 노조원의 농성으로 신자들의 불편이 가중되자 노조 측에 퇴거를 요구하고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