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정책, 물가보다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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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회복 더디면 기준금리 낮출수도한국은행이 내년 통화신용정책 목표를 기존 물가안정에서 ‘성장세 회복 지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지속하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만큼 점차 탄력받고 있는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나아가 섣부른 금리 정상화(인상)보다는 경기 회복세가 여의치 않을 경우 오히려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기준금리 운용과 금융 안정을 위한 시장 대응 방안 등을 담은 ‘201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한은은 우선 “성장세 회복이 지속되도록 지원하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 범위(연 2.5~3.5%) 내에서 유지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발표한 올해 운영 방향에서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는 가운데’라는 전제를 깔며 경기부양을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물가’와 ‘성장’의 우선 순위가 바뀐 것이다. 최근 저물가 지속에는 “상당 기간 물가안정 목표의 하한을 밑도는 현상에 대해 향후 추이를 주의깊게 살피면서 목표 범위 내에서 유지되도록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11월 소비자물가는 3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이어가며 18개월째 한은 물가 목표 범위의 하한선(2.5%)을 밑돌고 있다. 장기 저금리로 인해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또 유사시에 금융시장 안정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와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 지속 등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