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유난히 추위 많이 타고 먹은 것 없이 살찐다면…갑상샘 이상 의심하세요

갑상샘호르몬 줄어 신진대사 저하…노폐물 못 빠져나가 몸이 붓는 것
멸치·가지 등 셀레늄 많은 음식 좋아…양배추·양상추는 호르몬 생성 방해
평소 건강하던 가정주부 이정임 씨(52·서울 광진구)는 얼마 전부터 가끔 숨쉬기가 힘들어져 결국 병원을 찾았다. 검사를 했더니 심장에 물이 차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갑상샘 호르몬이 정상치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게 원인이었다. 담당 주치의는 “갑상샘 호르몬이 부족해 생기는 갑상샘 기능저하증일 때 몸에서 노폐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게 되고 심장을 비롯한 전신에 점액질 같은 물이 차게 된다”고 말했다.

◆겨울철 저체온증 유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3년 12만8000여명이던 갑상샘 기능저하증 환자는 지난해 38만7745명으로 10년 새 세 배 이상 늘었다. 발병 환자의 60% 정도는 12월에서 이듬해 3월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갑상샘 기능저하증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묵은 것을 빼내고 새로운 것을 들이는 일)를 담당하는 ‘갑상샘 호르몬’ 부족으로 몸의 전체적인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병이다. 특히 추운 겨울에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다. 남들보다 더 추위를 탄다면 갑상샘 기능저하를 의심해봐야 한다. 저체온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식욕이 떨어져 잘 먹지 않는데도 체중이 갑자기 늘어났다거나 얼굴이 붓고 건조해지는 증상을 보인다. 모발이 거칠어지고 평소보다 잘 빠지는 것도 특징이다.증상이 중증질환은 아닌 것 같아 대부분 무심코 넘긴다. 하지만 내버려두면 심부전증, 동맥경화, 심장질환, 고지혈증, 고혈압 등을 야기할 수 있다. 국내 여성의 1~2%, 남성의 0.1~0.3%가 갑상샘 기능저하증을 앓는다고 의료계는 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이 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여성이 33만1645명, 남성이 5만6100명이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남성보다 근골격계가 약한 여성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 면역계가 남성보다 활성화돼 있다”며 “그런 이유로 자가면역질환에 걸릴 위험이 남성보다 5~10배 높아 이 병이 잘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이 병은 50대 여성에게 많다. 안 교수는 “우리 몸의 면역반응이 50대에 최고로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부 건조하고 머리카락도 잘 빠져변동원 순천향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샘 호르몬이 줄어 신진대사가 떨어지면 추위를 잘 타고 손발이 차가워진다”며 “또 몸 밖으로 빠져나가야 할 물질들이 몸속에 머물러 끈적끈적한 물질(점액질)이 전신에 쌓이고 예전보다 사용하는 칼로리가 줄기 때문에 몸이 불어난다”고 말했다. 또 피부가 건조하고 머리카락이 푸석하고 잘 빠진다. 항상 피곤하며 우울한 경우도 많다. 목이 붓고 잘 쉬며, 변비도 잘 생긴다.

심혈관질환 위험도 올라가는데, 안 교수는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잘 제거되지 않아서 혈관에 쌓이고 심장에 점액질이 잘 차는 탓”이라고 말했다. 변 교수는 “동맥경화증 발병률이 정상인은 16%인 데 비해 갑상샘 기능저하증 환자는 44%나 된다는 외국 연구 결과가 있다”며 “또 이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30% 정도가 심장에 물이 차고, 20~40%는 고혈압이 생긴다”고 말했다.

◆셀레늄 함유 음식으로 관리이 병이 있는지는 피검사만으로도 확인이 된다. 혈액 내 갑상샘 호르몬과 갑상샘자극호르몬 농도를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동네 의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치료도 비교적 간단하다. 갑상샘 호르몬제를 매일 1~2정씩 복용하면 된다. 처음에는 4~6주일 간격으로 혈중 갑상샘 호르몬 농도를 확인하면서 약의 용량을 정한다. 변 교수는 “정상 수치가 잘 유지되면 6개월에 한 번씩 갑상샘 호르몬 수치를 재면 된다”며 “갑상샘 기능저하증이 다른 질환을 유발하더라도 응급상황만 아니면 다른 치료 없이 갑상샘 호르몬제 복용만으로 치료가 된다”고 말했다. 심장에 찬 물도 6개월간 갑상샘 호르몬제를 먹으면 모두 빠진다.

갑상샘 기능저하증 환자는 호르몬 작용을 돕는 셀레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고구마, 가지, 연근, 파, 멸치, 상추, 시금치 등이다. 반면 양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등은 이소시아네이트라는 갑상샘종 유발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갑상샘 호르몬 생성을 방해하는 이소플라본을 함유한 콩도 자주 먹으면 좋지 않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변동원 순천향대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