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방향 옳다 62%…복지공약 수정해야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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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첫해 전문가 평가 - 경제
경제정책 성적표
규제완화 잘했지만 성과 미흡…법인세 인상 반대 77%…부동산 활성화는 평가 엇갈려
시간제 일자리 현실성 없고 증세 없는 복지 불가능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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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취임 첫해 가장 잘한 경제정책으로 규제 완화 등 투자 활성화 대책을 꼽았다. 잘못한 정책으로는 세제개편안이 첫손에 꼽혔다. ‘창조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줬지만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없다”며 박한 평가를 내렸다. 법인세율 인상은 압도적인 다수가 반대했으며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증세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규제 완화 잘했지만 기대에 못 미쳐
‘박근혜 정부가 첫해 내놓은 경제정책 중 가장 잘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39.3%가 ‘규제 완화를 포함한 투자 활성화 대책’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본지가 실시한 대통령 취임 6개월 설문조사 때(42.9%)보다는 응답 비율이 다소 줄었다. ‘규제 완화’만 따로 떼어내 ‘잘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부정적인 평가(보통, 대체로 못하고 있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가 54.2%로 절반 이상에 달했다.
이 밖에 첫해 잘한 정책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18.5%) △부동산 활성화 대책(17.3%) △시간선택제 일자리(14.9%) 등의 순이었다. 반대로 가장 잘못한 정책은 세제개편안이 32.1%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6개월 전 설문조사에서 세제개편안의 응답 비율이 70.1%로 압도적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비판 여론이 상당히 수그러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으로 △부동산 활성화 대책(20.2%) △행복기금·행복주택(16.1%) △규제 완화를 포함한 투자 활성화 대책(15.5%) 등의 순이었다.
부동산 활성화 대책은 가장 잘한 정책(3위)과 가장 못한 정책(2위) 모두에서 상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착 어렵다”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창조경제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가 62.9%로 많았지만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37.1%에 달했다. 부정적 평가를 내린 전문가들은 대부분 “창조경제 개념이 모호하고 실체가 없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내놓은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기업에 잘 정착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아니다’는 답변이 65.1%로 ‘그렇다’(34.9%)는 응답의 두 배에 육박했다. 아울러 정책 목표인 ‘고용률 70%’의 달성 가능에 대해서도 ‘불가능하다’는 응답률이 64.6%로 훨씬 많았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적정하다’는 의견이 42.0%로 합격점을 받았다. 경제민주화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응답도 9.7%나 됐다. ◆“증세 없는 복지 없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진단이 나왔다.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85.1%나 됐다. 복지 공약을 손질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86.6%에 달했다. 만약 복지를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고소득자와 대기업 등에 대한 선별적 부자 증세(29.9%)보다 보편적 증세(70.1%)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구체적으로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반대(77.0%)가 찬성(23.0%)보다 훨씬 많았다. 그렇지만 보편적 증세 방식인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인상에 대해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47.4%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52.6%)과 비슷했다.
박근혜 정부가 세수 확보 차원에서 추진 중인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응답이 44.3%로 가장 많았지만 ‘보통’(28.7%)이나 ‘별로 효과가 없을 것’(25.9%)이란 예상도 적지 않았다.
설문조사에 응한 분들
박근혜 정부 취임 첫해를 마무리한 시점에 벌인 오피니언 리더 대상 설문조사에는 대학교수와 연구기관장,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고위 임원, 중소·중견기업 대표, 은행·보험·증권사 대표, 국책 및 민간연구소 소속 이코노미스트 등 177명이 참여했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대표 등 ‘한경밀레니엄포럼’ 회원들도 설문에 답했다. ‘한경밀레니엄포럼’은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2000년 10월 공동으로 발족시킨 국내 최고 권위의 정책포럼이다. 주요 연구기관장과 대학교수, 기업체 대표 등 1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 김용호 인하대 교수, 이제민 연세대 교수 등 2012년 말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경대선공약평가단’으로 활약한 각계 전문가 23명도 설문에 응했다. 한국경제신문이 경제현안을 진단할 때 자문을 구하는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중 18명도 참여했다. 이 밖에 경제 관련 단체 임원과 대기업 및 중소·중견기업 CEO, 임원 등 94명도 설문에 답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