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한국기업인 있는가, 한국인 71% "없다" 외국인 65%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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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업가 정신인가 기업가정신과 그 敵들 (1)끝없이 추락하는 기업가정신
한경·상의·현대경제硏 공동 설문
국민 37% "대기업은 비리 많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집단"
기업인 대다수 "후진적 노사문화가 기업가정신 위축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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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지 못하는 한국 기업 기업은 어떤 존재일까. ‘기업의 본질이 뭐냐’는 질문에 국민 42.6%는 ‘이윤 창출’을 꼽았다. ‘일자리 창출’을 꼽는 의견도 39.7%에 달했다. 저성장 시대를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도 강했다. 국민 51.4%와 기업인 52%가 현 경제 상황을 ‘심각한 저성장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냈다. 경제 살리기가 시급하지만 이에 가장 소극적인 집단으로는 정치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민 64%, 기업인 56.4%가 ‘정치인’을 경제 살리기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반면 기업인을 꼽은 의견은 각각 9.1%와 2%였다. 정치인보다 기업인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중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인식은 세부 문항으로 들어갈수록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대기업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국민 10명 중 6명(62.1%)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집단’ 혹은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국가 경제를 위해 필요한 집단’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집단’ ‘각종 비리가 많아 감시해야 할 집단’으로 보는 시각도 37%에 달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외국인은 79%가 대기업의 순기능을 인정했으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13.7%에 그쳤다.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인식은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것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국민의 27.1%만이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답했을 뿐 70%가량은 ‘지나치게 부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 ‘중소 협력사를 쥐어짜서 거둔 성과’ ‘삼성 임직원만의 잔치일 뿐’이라는 부정적 의견을 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경제가 나아지기를 바라면서도 성장보다 분배에 더 관심을 갖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기업 정서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민의 57%가 ‘배임 횡령 등 기업의 일탈 행위’를 원인으로 꼽았다. ‘정치권의 포퓰리즘’(13.9%)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잘못된 교육’(9.2%)이란 의견은 소수였다. 같은 질문에 대해 기업인의 32.7%가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꼽은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인식 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설 자리 잃어가는 기업가정신 기업가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도 상당했다. 존경하는 기업가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가 71%에 달했다. 같은 질문에 외국인들은 65.3%가 ‘존경하는 한국 기업·기업인이 있다’고 답했다. 바꿔 말하면 외국인 10명 중 7명은 세계적 기업을 일군 한국 기업인들을 대단하다고 여기는 반면 한국인의 70% 이상은 한국 기업인이 존경받을 가치가 없다고 여긴다는 의미다.
기업가가 존경받지 못하는 현실은 곧 기업가정신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이런 우려가 확연히 드러났다. 기업인은 기업가정신이 가장 활발했을 때를 ‘10’으로 봤을 때 현재의 기업가정신 수준을 ‘6.3’이라고 평가했다. 기업가정신이 위축된 이유로는 ‘후진적 노사문화’(23.8%)와 ‘기업 관련 규제’(23.3%)를 꼽는 의견이 많았다. 1970·1980년대 고도 성장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제도·규제로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33.2%)와 ‘근로시간 단축’(25.2%)을 꼽는 의견이 많았다.
기업가정신을 회복시키기 위한 선결 과제로는 ‘정치인이 의식을 개혁해야 한다’(27.7%)고 답한 기업인이 가장 많았으며, ‘기업하기 좋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23.8%)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야 한다’(13.4%) 등이 뒤를 이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기업을 옥죄는 제도를 고치고 기업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의식도 바꿔야 기업가정신이 살아나고 경제도 회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