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의 중년, 중견기업에 바치다

국회가 낳아준 옥동자 '중견기업 특별법'
세계시장 훨훨 나는 기업들 많이 나오길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khg@ahpek.or.kr >
지난해 2월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제8대 회장에 취임했다. 그로부터 10여개월. 하지만 개인적으론 마치 10년 세월을 보낸 듯하다. 그만큼 숨가쁘게 달려왔다.

취임하고 가장 먼저 놀란 것은 한국에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정책과 제도, 그리고 법률적 사각지대에서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도 놀랍도록 훌륭하게 성장해 나라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중견기업이 많았다는 점이다. 훌륭한 기업가정신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묵묵히 기여하고 있는 기업들, 그것의 뿌리가 바로 차돌 같은 기업가정신이며, 기업 하나하나가 모두 독보적인 성공신화 그 자체였다. 생각은 더 멀리 나아갔다. “여기에 정책, 제도, 그리고 법률적인 뒷받침까지 받쳐준다면?”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이들은 그야말로 날개를 달고 세계시장을 향해 훨훨 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지난해 8월 하순 박근혜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기업사 최초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원 30개사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베풀었다. 그간의 노력을 격려하거나 현장에서의 애로를 듣는 것까진 사실 예상했다. 하지만 해결 방안에다 대안까지 제시하는 데는 놀랍기도 했고, 감동 그 자체기도 했다.

이전부터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중견기업 법률안 제정에 몰두하고 있었다. 법률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시의적절하고 유효한 정책적 기반이 마련됨을 절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12월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국회가 ‘싸움질’이나 하고 ‘정쟁만 일삼는’ 그런 곳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에는 여야가 없다”는 것이 그냥 하는 얘기인 줄만 알았다.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중견기업특별법을 발의하고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투여해 진지하게 토의해 나가는 과정을 보며 난 새롭게 느꼈다. “아, 이게 정말 우리 국회이고 내가 생각했던 그런 곳인가?” 마치 멘붕 같은 상태라고 할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옥동자를 만들고, 또 낳았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겐 그 옥동자를 잘 키울 책무와 소명이 남아 있다. 그래서 감히 “나의 중년, 중견기업에 바치겠다”고 고백한다.

새해다. 그동안 도움 주신 여야 국회의원과 정부 관료, 그리고 그 사이에 가슴과 열정을 부딪치며 미운 정 고운 정 들어버린 형님, 친구, 동생들에게 내 마음의 모든 감사와 사랑을 보낸다.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khg@ahpek.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