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삼성증권 사장 "고객 신뢰부터 회복해야 증권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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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본시장…CEO들의 돌파 전략은 (1)새해 증권업계는 사상 최악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개인투자자들이 계속 빠지고 증시 변동성도 줄어들어 증권사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엔화 약세 등 주요 이슈들이 큰 연관 없이 돌출해 세계 및 국내 증시 전망도 간단치 않다.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어떤 타개책을 갖고 있는지 들어봤다.
실적보다 고객 수익 우선
상품판매 아무리 늘어도 고객 수익률 저조할 땐 해당 직원에 불이익 줄 것
“고객신뢰를 회복하느냐, 못하느냐가 증권사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겁니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고객신뢰’ 얘기를 먼저 했다. ‘고객중심’은 기업 경영의 기본인데 이제 ‘고객’을 얘기하다니, 좀 뜬금없었다.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찾는 것은 더 높은 수익에 대한 기대 때문이죠. 그런데 동양 사태, 일부 상품의 저조한 수익률로 고객신뢰가 줄었고 시장 활력도 떨어졌습니다. 올해 시황이 좋아진다 해도 경영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 사장은 장기투자가 유망하다면 돈을 묻어두면 되지만 요즘은 그런 기대를 하기 어렵다고 했다. “증권사는 시장의 큰 흐름, 알맞은 투자상품을 알려주고 목표수익이 어느 정도 되면 또 다른 상품을 추천해 갈아타도록 권해야 합니다. 작은 수익이라도 꾸준히 얻을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는 거죠.” 고객 수익률을 적정선 이상으로 관리·보장해주는 증권사가 본원적 경쟁력을 가질 것이란 얘기다. 올해 증권업계 경쟁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김 사장은 내다봤다.
다만, 오해는 말아달라고 했다. “회전율을 높여 증권사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고객 수익에 관계없이 먹는 수수료(commission)가 아니라 고객 자산과 수익이 연동되는 수수료(fee) 베이스로 가겠다는 겁니다.” 거래할 때마다 수수료를 떼지 않고 전체 고객 자산과 수익을 감안해 수수료를 가져가면 고객신뢰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현장 PB의 예를 들었다. 그는 “PB들이 상품 가입단계부터 고객과 목표수익률, 손절률 등을 협의한 뒤 이를 기준으로 수익률 상황별로 적시에 대응전략을 제공하는 파이낸셜 케어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객수익 중심으로 직원의 평가보상제도도 갖춰나갈 거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특정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많이 팔아 판매실적이 높더라도 이후 해당 고객 수익률이 저조하면 해당 PB 성과급에 불이익을 줄 겁니다.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회사 전체 체질도 바뀔 겁니다. 금융 DNA의 성공 스토리를 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합니다.”
삼성증권의 올해 실적 목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으로 4%대로 잡았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허가를 위해 자본금을 3조원대로 증자한 이후 ROE는 7~8%로 떨어졌고, 작년 실적 악화로 2%대로 추락했다. 김 사장은 “쉽지는 않겠지만 작년 실적의 두 배는 이뤄야 한다는 각오”라고 했다. 고객수익률이란 기본으로 돌아가고(back to the basic) 이탈 고객을 다시 모으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대형 IB로서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은 당분간 활성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김 사장은 “작년 기업공개(IPO)가 미뤄진 곳이 많아 올해는 기대를 걸 만하다”며 “국민연금 등이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기대해본다”고 했다. 해외사업은 비싼 수업료를 치른 만큼 방향만은 확고히 잡았다. 그는 “과거 홍콩에 브로커리지 플랫폼을 갖고 나갔는데 고정비가 굉장히 컸다”며 “헤지펀드 같은 해외 운용주체에 브로커리지 비즈니스를 얹는 형태로 해외수익을 늘리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증시흐름과 관련해선 △기업실적 △양적완화 축소 폭 △기관 증시 투자폭 등 수급을 가장 중요한 3대 변수로 꼽았다. 업계 구조조정은 자산부채이전(P&A) 방식 등 다양한 구조조정이 촉진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2년 전 취임 때부터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말을 강조해왔다. 물을 마셔도 그 근원을 생각하거늘, 우리 업의 존재가 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결국 고객을 잘 관리하고 시장 급변에 대응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