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은행·카드 등 부실 털고 매각 가치 높일 것"

금융 CEO의 새해 구상

민영화 관계없이 해외진출 등 할 일 하겠다
모든 짐 내가 질 것…직원들 자부심 가지길
“민영화를 앞두고 절대 위축되면 안 됩니다. 국내 최고 은행의 은행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세요.”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사진)은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31일 22층 회장실부터 지하 1층 본점 영업부까지 걸어 내려갔다. 각층의 본점 부서에 일일이 들러 임직원들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모든 짐은 내가 짊어질 테니 여러분은 나를 믿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2일에는 임직원과 함께 경기 남양주에 있는 홍유릉을 찾았다. 우리은행의 뿌리와 역할을 되새겨보기 위해서다. 홍유릉은 1899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대한천일은행을 탄생시킨 고종 황제가 묻혀 있는 곳이다.

◆“우리은행 민영화 시장이 결정”

이 회장에게 올해 화두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금융 민영화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그는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제기된 논란과 잡음에 대해 “큰일을 하다 보면 항상 걸림돌이 있게 마련”이라며 “큰 원칙과 방향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계열 4개사를 묶어 파는 과정에서 나온 ‘헐값 매각’ 논란에는 “사외이사들이 배임 등을 우려해 우여곡절이 있었다”며 “이달 중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농협금융지주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좋은 가격을 받으면 사외이사들도 이해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은행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지역 반발에 대해서는 “정부의 민영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원칙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우리금융 민영화 마지막 단계인 우리은행으로 넘어갔다. 이 회장은 “우리은행 지분을 한꺼번에 팔거나 분산해 매각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며 “우리은행의 기존 역할과 시장 수요, 현실적인 매각 가능성 등을 모두 고려한 뒤 구체적인 민영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결국 우리은행 민영화 방법은 시장과 고객들이 결정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계열사 가치 제고 작업 지속”

이 회장은 인터뷰 내내 특유의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계열사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고 가족 같은 직원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웃을 수 있겠느냐”며 “떠나야 하는 직원과 남아 있는 직원들을 서로 보듬고 다독이는 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민영화 과정에서 그의 ‘인간적 고뇌’는 깊어 보였다. 이 회장은 “요즘은 가끔 왜 이런 때 회장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37년 넘는 은행원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어려운 시기에 회장을 맡은 건 나의 숙명”이라며 “민영화를 지켜보는 게 슬프더라도 티 내지 않고 그룹의 맏형으로서 마지막까지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임직원들과 노조도 흔들리지 않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우리은행 등 남은 계열사 6곳의 군살을 빼고 부실을 털어내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자산 클린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지난 3~4년간 조선·해운·건설 관련 기업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부실채권비율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아졌다”며 “구조조정 기업을 제외한 부실채권을 최대한 털어내 자산 건전성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무리 민영화를 앞두고 있더라도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조만간 인도네시아 내 110여곳의 영업점을 보유한 사우다라은행 인수를 위한 승인이 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우리은행의 해외 자산 비중은 5% 수준에서 15%로 늘어나게 돼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