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도전…혁신기술…시장선도…'위기 돌파' 같은 목표 다른 주문

신년사로 본 재계 경영 키워드
이건희 삼성 회장(왼쪽)이 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세 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두 번째)의 손을 잡고 신년하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경영 환경은 위기 그 자체다. 한계를 돌파하려면 변화와 도전, 기술 개발밖에 없다.’

이건희 삼성, 정몽구 현대자동차, 구본무 LG 회장이 2일 내놓은 신년 메시지는 명료하고 결연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3대 그룹 총수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이 다소 살아날 조짐이라지만, 계속 변화하며 앞서가지 않으면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을 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당장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대에서 8조원대(지난해 4분기 기준)로 뒷걸음질치는, ‘어닝 쇼크’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가파른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 경쟁사 대비 가격경쟁력 우위를 더이상 앞세우기 힘들어졌다. 또 지속되는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은 수많은 수출 대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가운데 중국 등의 추격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왼쪽)이 2일 오전 정의선 부회장 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무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변화·도전하고 창조하라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이건희 삼성 회장), ‘임직원 모두가 위기임을 인식해야’(구본무 LG 회장) 등 총수들은 지금을 위기로 규정하고 ‘변화’를 외쳤다. 20년 전 신경영 때 ‘마누라·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던 이건희 회장은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조직 내부의 보고나 형식에 치우치다 보면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없다”며 “스스로 고객이 돼 최고의 가치를 찾아 치열하게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변화를 위해 파격적 도전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회장은 “자유롭게 상상하고 마음껏 도전하기 바란다. 인재를 키우고 도전과 창조의 문화를 가꾸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고, 정 회장은 “국가 창조경제 실현에 공헌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주문했다.

◆융·복합화로 한계 돌파하라
구본무 LG 회장
‘요동치는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려면 기술 융·복합화를 주도해야 한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전자와 자동차의 영역이 모호해지는 데서 보듯,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나갈 무기는 기술밖에 없다는 게 총수들의 판단이다. 정 회장은 혁신적 제품, 선행기술 개발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차의 경우 친환경 그린카와 스마트카, 철강 분야에선 고장력 강판과 특수강 같은 신소재 개발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구 회장도 “이 정도 만들면 팔릴 것이라는 공급자 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당부한 뒤 “주력 사업에서는 시장 선도 상품으로 성과를 창출하고 신사업은 1등을 목표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 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경영혁신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세계 각지의 거점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고, 정 회장은 “글로벌화된 사업장과 관리체계를 혁신해 조직 효율성과 역동성을 확보하자”고 주문했다.

◆사회공헌, 더 강화하라

지속적인 사회공헌 노력도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 회장은 “그늘진 이웃과 희망을 나누고 사회공헌과 자원봉사를 더 늘려 나가자”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불산 누출 등을 염두에 둔 듯 “삼성의 사업장은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곳이 돼야 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더 강화하자”고 했고, 구 회장도 “협력사와 힘을 모아 창조경제의 틀을 갖추는 데 앞장서자”고 주문했다.

김현석/윤정현/최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