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형 식습관으로 암 늘어…채소 '한 접시' 드시고 식사 어때요?

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서구형 암 예방하려면

기름진 음식·인스턴트 즐기면 대장암·갑상샘암 크게 증가
하루 섭취 열량, 男 2300㎉ 女 2100㎉ 충분…소박한 한식 위주로 즐겨야
국립암센터의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존 암환자(109만명)가 처음 100만명을 넘었다. 고령화로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의료기술 발전으로 생존자가 늘어나면서 ‘암과 더불어 사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암 중에는 ‘서구형 암’이 ‘100세 시대’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서구형 암이란 경제 선진국이자 기름진 고(高)칼로리 식사를 하는 서양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경제 발전과 함께 서양 식단이 우리 식탁을 점령하면서 서구형 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질병이 대장암 갑상샘암 전립선암 유방암이다.

○대장암 유방암, 대도시에 많다

대장암 환자 수는 2001년 전체 암환자 가운데 4위에서 2011년 3위로 뛰어올랐다. 대장암 환자가 밀집한 지역은 채소 위주 식사를 주로 하는 농촌지역보다 고기나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음식 등 서양식을 많이 하는 대도시였다. 2001년 이후 여성암 1위를 줄곧 차지하다 몇 년 전부터 갑상샘암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유방암 역시 서울 인천 부산 등 대도시에 환자가 집중돼 있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많이 노출될수록 빈발하는데, 여성호르몬의 주원료인 지방은 서구 식단에 많다.

한국 여성의 1일 열량 섭취는 1980년대 초 2500㎉에서 최근 3000㎉로 크게 늘었다. 지난 20년간 환자 수가 20배나 증가한 전립선암 역시 기름진 음식과 인스턴트 식품 섭취가 많아진 반면 채소 등 섬유질 섭취가 줄어든 게 원인이다. 유전자가 비슷한 일본 사람들도 채소 위주의 소식을 하는 본토에 사는 일본 남성에 비해 서양식을 많이 먹는 하와이 거주 일본인 2세의 전립선암 빈도가 9배나 높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전통 식단으로 건강 되찾자
안진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서구형 암은 식단의 서구화로 초래된 병”이라며 “해결책도 비교적 간단하다”고 말했다. 먹는 식습관을 채소 위주의 전통 한식으로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 한식은 ‘밥+국+반찬 서너 가지’ 정도의 ‘소박한 한식’이라야 한다. 똑같은 한식이라도 고기와 튀김이 잔뜩 곁들여진 한정식은 열량이나 지방이 많다. 삼겹살 1인분에 소주 한 병을 마시면 1000㎉, 생맥주 두 잔에 양념치킨 세 조각과 감자튀김을 먹으면 1400㎉, 삼겹살을 먹은 뒤 튀김이나 어묵 같은 것을 안주로 해서 술을 먹으면 하루 저녁에만 3000㎉를 훌쩍 넘긴다. 서구암 예방법 해결책은 간단해 보여도 실천이 쉽지 않다. 우선 입맛에 해당하는 식습관을 바꾸는 일은 의식적으로 반복해서 권장 식단을 섭취하지 않으면 바꾸기 힘들다.

게다가 인간의 유전자는 당분과 지방을 선호하게끔 각인돼 있다. 당분은 허기진 상태에서 금방 열량을 내는 효과가 있다. 지방은 체내에 저장된 상태로 고열량을 낸다. 라미용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파트장은 “서구형 암을 예방하기 원한다면 오늘부터 당장 큰 결심을 하고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며 “쉽지 않겠지만 매끼 채소를 한 접시씩 먼저 섭취한 뒤 본식을 먹는 습관을 들이라고 권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신동욱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자가용 승용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생활의 편리함은 건강에 백해무익하다”며 “현대인은 땀을 잘 내지 않는데 이는 매우 안 좋은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지적했다. 섭취한 열량을 제대로 연소시키는 데에는 걷고 뛰고 움직이는 ‘땀을 내는 신체 활동’이 최고다. 하루 30분은 땀을 내는 외부 활동을 해야 몸 속의 노폐물을 빼고 신체 밸런스가 건강하게 작동한다는 얘기다.

전문의들은 나이 마흔을 넘기면 되도록 근력 운동을 하라고 권장한다. 특히 하체운동이 중요하다. 신체의 면역력을 관장하는 근육의 70%가 하체에 몰려 있다. 튼튼한 하체는 암세포 등 비정상 세포의 활동을 억제한다.

○전립선암 조기 발견때 생존률 높아

서구형 암은 진행이 더디고 암덩어리를 제거하는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중년남성들이 많이 걸리는 전립선암이 대표적이다.

홍준혁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암은 전립선에만 국한될 땐 5년 생존율이 80~100%, 전립선 주위에 퍼져 있어도 50~70%”라며 “하지만 뼈·폐 등 동떨어진 장기까지 암세포가 퍼졌을 땐 20~30%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전립선암 조기진단은 혈중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를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치료법은 수술로 제거하는 이외에 호르몬·방사선·항암치료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된다. 그러나 암 제거 시 주변 신경이 손상돼 요실금(10~40%)과 발기부전(30~50%)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최근엔 로봇수술, 양전자 치료 등으로 이런 부작용이 많이 개선됐다.

유방암 역시 40세 이후 매년 유방 X선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병행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손병호 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과거에는 유방을 절제하는 경우가 환자의 3분의 2 정도에 달해 수술 후 환자의 상실감이 매우 컸다”며 “하지만 유방암 1·2기 환자는 암 덩어리를 제거하고 복부의 지방·근육·혈관 등을 이식시키는 피판술을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제 모습의 유방을 갖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움말=안진석 삼성서울병원 교수, 신동욱 서울대병원 교수, 홍준혁 서울아산병원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