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학회 지상중계] 크리스틴 포브스 MIT 교수 "테이퍼링으로 신흥국 자본유출? 각국 경상수지에 더 영향 받아"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신흥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처음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뒤 신흥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자본이 급격히 빠져 나가면서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실제로 양적완화 축소를 발표하자 신흥국 경제는 놀랄 만큼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크리스틴 포브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미국 통화정책과 신흥국 자본 유출입 사이의 상관관계가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세계 경제 성장률이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는 또 “신흥국 간에도 경제 여건에 따라 미국 통화정책이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랐다”고 말했다. 자국의 경제위기를 Fed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뜻이다. 포브스 교수는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신흥국 순자본유입(자본 유입액에서 유출액을 뺀 수치)과 여러 변수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미국 금리와의 상관관계는 12%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는 39%의 상관관계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과는 55%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 신흥국에 돈이 몰리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져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성향이 줄어들면 돈이 빠져 나간다는 뜻이다. 그는 “양적완화 축소 발표에도 신흥국 경제가 차분한 모습을 보인 것은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성향이 높아진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브스 교수는 특히 신흥국 자본 유출입은 각국의 경상수지와 60%의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경상흑자를 기록한 신흥국들에서는 외국 자본 유출이 적었다”며 “이 외에도 국가부채, 금융권 차입 규모, 정치적 안정성 등 경제 펀더멘털에 따라 영향이 크게 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해외 자본만이 신흥국 자본 유출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1990년대까지 칠레에서는 순자본유입이 외국 자본 유출입과 거의 일치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헤지펀드나 뮤추얼펀드, 연기금의 자금 흐름에 경제 전체가 흔들렸다. 하지만 2000년대 초부터는 칠레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투자자들의 역할이 커졌다.

필라델피아=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