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연초 주가 폭락 주범…'엔캐리 자금의 우회 쇼크'

테이퍼링 추진후 캐리자금 주목
'샌드위치 환율 쇼크' 가세될 듯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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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년이다. 올해 예상되는 많은 변화 가운데 주요국 정책 간 불일치(mis-match)에 따른 캐리자금의 향방이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캐리자금이 유입되는 국가는 주가, 시장금리, 자국 통화값, 심지어 부동산 가격까지 오르지만 유출국에서는 그 반대 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캐리 트레이드란 증권 브로커가 차입한 자금으로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 투자를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이때 투자한 유가증권의 수익률이 차입금리보다 높을 경우 포지티브 캐리, 그 반대의 경우를 네거티브 캐리로 구분한다. 차입한 통화에 따라 엔 캐리,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으로 양분돼 왔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에는 유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부쩍 증가했다. 특히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성장 위주의 통화정책을 추진하면서 활발했다. 캐리 트레이드를 운용하는 주체도 엔 캐리의 경우 ‘와타나베 부인’, 달러 캐리는 ‘스미스 부인’, 유로 캐리는 ‘소피아 부인’으로 차입국의 가장 흔한 성(姓)을 따서 부른다.

캐리 트레이드의 이론적 근거는 투자 대상국 통화가치를 감안한 피셔의 국제간 자금이동설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투자 대상국 수익률이 통화가치를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을 경우 해당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차입해 투자 대상국의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된다. 금리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이 통화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모두가 저금리를 지향해 각국 간 금리차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각국 간 금리차, 환율, 주가 등을 변수로 구성한 ‘구조적 벡터자기회귀(SVAR)’ 모형으로 캐리자금의 요인별 기여도를 추정해 보면 환율이 가장 큰 결정 요인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출구전략의 첫 단추인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의 점진적 축소)이 시작되면서 미국의 시장금리가 올라가고 있다.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이전이라도 대표금리인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명목성장률 수준(현재 연 4%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기관과 투자은행(IB)들은 내다보고 있다.

더 주목되는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을 추진하는 시점에 일본은행(BOJ)과 ECB는 추가로 양적완화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고려하지 않았던 각국 간 금리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특히 미·일 간 금리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상반기가 주목된다. 엔 캐리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엔·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도 테이퍼링 추진만으로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등 하락요인도 만만치 않아 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통화로는 유일하게 원·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됐지만 여전히 재정환율 수준과 비슷하게 결정되는 상황에서 분자인 원·달러 환율은 상승폭이 적거나 내리고, 분모인 엔·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다면 원·엔 환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엔 캐리 자금의 ‘우회 쇼크(detour shock)’다.

경제 위상별로 볼 때 한국은 준(準)선진국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신흥국과는 다른 통로로 영향을 미친다. 테이퍼링에 따라 선진국의 장점인 금융시장 안정은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외자유입 혹은 이탈 때도 제한)돼 엔화 이외의 이종통화 환율도 크게 불리해지는 ‘샌드위치 쇼크(sandwich shock)’가 발생한다. 일본 이외의 수출지역으로 다변화됐다 하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불리한 이유다.

주목해야 할 것은 캐리 트레이드는 반드시 레버리지(증거금 대비 총투자 가능금액 비율) 투자와 결부된다는 점이다. 선진국 캐리자금의 유출입 때는 신흥국 경기와 자산시장이 심하게 요동치는 ‘순응성(procyclicality)’이 나타난다. 순응성이란 금융시스템이 경기변동을 증폭시킴으로써 금융불안을 초래하는 금융과 실물 간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자금이 유입될 때는 순식간에 들어와 신흥국의 통화팽창, 자산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다가 자본유출로 돌변할 때는 주가급락, 환율급등 등으로 거시경제와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증폭되는 것은 정형화된 사실이다. 금융위기 이후 자본흐름에 관한 연구를 종합해 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순응성이 심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준선진국 위치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캐리자금이 활동할 여건이 형성될 경우 순응성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외화유동성을 확보해 놓은 상황에서는 관련 국제협상에 적극 참여하고 신속한 통화정책 조절로 캐리자금이 유출입될 수 있는 유인을 사전에 줄여 놓아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