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 가창 불안·음향 부조화…'듣는 즐거움'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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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2008년 국내에서 개봉해 흥행한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를 보면서 느낀 불만은 두 가지였다. 당시 한국 나이로 60세였던 메릴 스트리프가 팔팔한 중년 아주머니 ‘도나’를 연기하기에는 좀 힘겨워 보이고, 도나의 딸 ‘소피’ 역을 맡은 어맨다 사이프리드를 제외하곤 주요 배역들의 노래 실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뮤지컬 원곡을 부른 그룹 ‘아바’의 빼어난 가창과 완벽한 화음에 귀가 길들여진 탓도 있지만 2004년 국내 초연 이후 지난해까지 ‘1200회 공연, 150만 관객 동원’이라는 기념비적인 흥행 기록을 세운 맘마미아 한국어 공연의 영향이 크다. 박해미 이태원 최정원(이상 도나) 전수경(타냐) 이경미(로지) 등 국내 뮤지컬계 대표 여배우들이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며 완숙한 기량을 뽐냈던 무대가 워낙 인상 깊게 자리잡고 있어서였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펼쳐지는 ‘맘마미아-오리지널(투어) 첫 내한 공연’은 영화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활약하는 뮤지컬 전문 배우들이 드라마에 착 달라붙은 아바의 명곡들을 원어로 듣는 즐거움에 흠뻑 빠지게 할 것으로 미루어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연은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맘마미아 제작사가 투어 공연을 위해 꾸린 배우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데다 연주와 가창, 코러스(앙상블)의 어울림이 썩 좋지 않다. 음향 설계가 잘못된 걸까. 7인조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무대 위 주요 배역의 가창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따로 논다’는 느낌마저 든다. 가창과 앙상블의 하모니도 만족스럽지 않다. 1막 중반부에 흐르는 ‘슈퍼 트루퍼’ 장면이 대표적이다. ‘도나-타냐-로지’ 3인방이 멜로디를 맡고 앙상블이 높은 음의 화음을 부르는데 연주와 앙상블은 잘 어울리는 반면 멜로디가 겉돈다. 곡 후반부 후렴이 반복되며 음량이 커질 때 멜로디는 연주와 앙상블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배우들의 불안한 가창을 더 도드라지게 하는 음향의 부조화와 ‘자막 공연’의 한계를 감안해도 노래와 연기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주역들의 흡인력이 미흡하다. ‘한국어 공연 10주년 기념’을 내세운 투어 공연은 오리지널의 참맛을 보여주지 못한다.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무대에 오른 한국 배우들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보여주는 공연으로 기록될 것 같다. 공연은 오는 3월23일까지, 5만~15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