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국내 고별무대 227.86점 완벽 연기, 여왕에서 女神으로…소치 금메달 '눈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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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비공인세계新…프리 점프실수 '옥에 티'
"자신감 더 얻어…올림픽 2연패 달성하겠다"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국내 마지막 실전 무대에서 흠잡을 데 없는 ‘올림픽 리허설’을 펼치며 국내 팬에게 최고의 작별 인사를 건넸다. 김연아는 5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챔피언십 2014’ 시니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0.05점과 예술점수(PCS) 77.21점을 더해 147.26점을 기록했다. 전날 개인 최고 기록이자 비공인 세계신기록인 쇼트프로그램 점수(80.60점)를 합쳐 종합 227.86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한 김연아는 다음달 열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피겨 여자 싱글 2연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김연아가 받은 종합 227.86점은 자신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작성한 역대 최고 기록(228.56점)에 0.7점 모자란 역대 2위 기록이다.
소치 올림픽에 재도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2012년 12월 NRW트로피(201.61점)부터 이날까지 5개 대회 연속 200점대 기록을 달성했다. 국내 대회에서 받은 점수는 국제빙상연맹(ISU)이 공인하는 점수는 아니지만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을 끌어올렸다는 데 의미가 크다. 김연아는 연기를 마친 뒤 “지난해 크로아티아 대회 때보다 자신감을 더 얻었다”며 “한 달여 남은 시간 동안 체력과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으로 탱고 ‘아디오스 노니노’를 선택한 김연아는 프로그램을 처음 공개한 지난해 12월 크로아티아 대회 때와 달리 큰 실수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김연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깨끗이 완성했다.
크로아티아 대회 때 이 부분에서 넘어졌지만 이번에는 실수 없이 착지했다. 김연아는 정열적이면서도 애틋한 곡의 정서와 어울리는 동작을 섞으며 준비한 연기를 문제없이 소화했다. 후반부에서도 우아한 연기를 펼치며 빙상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한껏 매료시켰다. 연기 막판 느리게 흐르던 음악이 점차 빨라질 때 김연아는 더블 악셀 점프를 시도했으나 1회전으로 처리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관중을 매혹시킨 연기에서 ‘옥에 티’였다. 김연아는 “마지막 부분에서 쉬운 점프를 실수해 아쉽다”면서도 “단순한 실수니까 끝까지 보완해 국제대회에서 더 좋은 점수를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연아는 마지막 실수가 아쉬웠던지 시상대로 나오면서 더블 악셀 점프를 시도해 깔끔하게 성공했다. 김연아는 “원래 시상식에선 점프를 하지 않는데 실수한 것을 다시 해보려고 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의 국내 실전 마지막 무대는 아름답게 끝났다. 김연아의 마지막 손짓이 끝났을 때는 모든 관중이 기립박수를 쳤고, 빙판 위에는 수많은 인형이 쏟아져내렸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김연아에게 팬들은 한참 동안 응원의 함성을 보냈고 김연아도 손을 흔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연아는 “올 시즌 마지막 무대를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국내에서 치를 수 있어 좋았다”며 “이제 마지막이니 마음을 비우고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연아의 동갑내기 경쟁자인 아사다 마오에게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는 일본 언론도 김연아의 연기를 높게 평가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김연아의 모습은 한 폭의 우아한 그림 같았다”며 “거의 흠잡을 수 없는 연기로 경쟁자들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고 극찬했다. 스포츠닛폰은 “소치 올림픽에서도 아사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도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