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프랑크·사라사테 戀歌 들려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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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바이올린 천재' 박혜윤“그동안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하고 활동하면서 고국의 무대는 아껴왔어요. 올해에는 음악을 통해 사귄 각국 친구들에게 한국 무대와 관객을 소개하고 고국 관객들에게는 제 음악을 들려줄 수 있게 돼 기쁨이 두 배예요.”
9일 신년음악회서 연주…9월 스승 바이타스와 무대
금호아트홀의 올해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 씨(22). 6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1년 동안 다양한 공연으로 한국 청중을 만난다는 사실에 매우 들뜬 모습이었다. 상주음악가 프로그램은 외국의 유서 깊은 공연장이나 오케스트라 등이 일종의 전속 예술가 개념으로 운영하고 있는 제도. 국내에선 금호아트홀이 지난해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해 피아니스트 김다솔 씨에 이어 올해 박씨를 상주음악가로 영입했다. 박씨는 2009년 세계적 권위의 독일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인물. 네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2002년 금호영재 콘서트로 데뷔했다. 거장들을 상주음악가로 선정하는 외국 연주단체와 달리 젊은 예술가 발굴·육성에 주력해 온 금호아트홀은 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지만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연주자를 뽑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데뷔 이후 12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르는 박씨는 올해 다섯 차례 금호아트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먼저 오는 9일 신년음악회에선 ‘사랑’을 주제로 슈만과 프랑크, 슈트라우스, 사라사테의 곡을 연주한다.
“신년 음악회이기도 하고 추운 겨울인 만큼 ‘사랑’에 관한 곡을 들려 드리려고 해요. 사랑이란 테마는 항상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니까요.”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외젠 이자이의 결혼식을 위해 헌정한 작품이고 슈트라우스의 소나타 역시 그가 아내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져 작곡한 곡이다.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은 열정적인 사랑의 대명사인 카르멘에 대한 작품이란 설명이다.
오는 3월에는 피아노 삼중주, 7월엔 첼로 이중주 등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특히 9월에는 박씨가 ‘음악적 어머니’로 꼽는 바이올리니스트 안티에 바이타스와 듀오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박씨는 독일 베를린한스아이슬러음대에서 바이타스에게 배웠고, 2010년부터는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열네 살에 독일로 건너가 처음 뵌 분이 바이타스 선생님입니다. 그때 음악에 대해 마음을 열고 많은 것을 배워서 제게는 ‘음악적 어머니’ 같은 분이세요. 테츨라프 선생님은 ‘음악적 아버지’시죠. 두 분에게서 음악을 대하는 자세, 음악을 표현하는 법부터 음악에 삶을 바치는 자세까지 배우고 있어요.” 박씨는 ‘다채로운 색상’과 ‘풍부한 표현력’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한 번의 콘서트가 아니라 1년 동안 여러 차례 청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정말 기쁘다”며 “특히 직접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자유를 줘서 그에 대한 설렘이 매우 크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