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교과서 번복 20개校 '외압' 조사

교육부, 외부세력에 의한 '자율권 침해' 판단 주목
野 "교학사 구하기…과도한 행정권 남용 중단해야"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선정 결정을 변경한 고등학교에 외압이 있었는지를 가리기 위해 특별조사에 나섰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선정 철회 압력이 해당 고교의 자율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자율권 침해 조사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정당한 절차를 밟아 교과서를 선정하고도 외부압력으로 결정을 바꾸지 않았는지를 따져보기 위해 선정을 번복한 고교에 조사원을 보냈다”고 말했다. 특별조사 대상은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를 통해 교과서 선정을 바꾼 것으로 알려진 곳으로, 지난해 말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철회한 전국 20개 안팎의 고교들이다.

일선 고교의 교과서 선정은 대부분 해당 교과목 교사 등으로 꾸려진 교과협의회가 1~3순위를 추천하고, 교과선정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결정한다. 그러나 최근 일부 학부모와 동문 등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과 함께 항의 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철회 압력을 가해 잇따라 교과서 선정 결정을 바꿨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별조사는 ‘교학사 구하기’가 아니라 일선 학교의 자율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변경 과정에서 외압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명백하게 부당한 압력에 의해 선정 결정이 변경된 것으로 나타난 곳에 대해선 법률 자문을 통해 향후 처리 방안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 적정 대응 논란

일선 고교들은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놓고 지난해 말부터 혼란에 빠졌으나 교육부는 그동안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교과서 검인정체계의 특성상 다양한 시각을 담은 교과서를 만들고, 일선 학교들이 검인정 교과서를 자율 선택토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과서 채택을 둘러싼 이념 논쟁에 대한 유감을 나타내면서 교육부도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문제가 이념 논쟁으로 번지는 것이 참 안타깝다”며 “미래 세대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사실에 근거한, 그리고 균형 잡힌 교과서를 가지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일부 교과서에 불법 방북을 처벌한 것을 탄압이라고 표현하고 독일 통일도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경우도 있었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편향된 인식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념 논쟁 지속될 듯

교육부가 특별조사 등을 통해 일선 학교가 외압과 무관하게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유도하기로 함에 따라 일선 고교의 대응이 주목된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전주 상산고는 7일 학교운영위원회 자문회의를 열어 변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둘러싼 논란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보수 성향의 역사학자 모임인 바른역사국민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단 한 곳의 채택 학교도 무산시키려는 친 전교조 학부모단체 등의 집요한 공세는 대한민국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를 폭압으로 짓밟는 범법 행위”라며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방해하기 위해 수많은 불법과 부정을 저지른 세력들을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역사교과서 대책위원장인 유기홍 의원(서울 관악갑)은 “교육부의 특별조사는 ‘교학사 구하기’를 위한 과도한 행정권 남용”이라며 “특별조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정태웅/이호기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