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롯데…엔低가 눈물나게 고맙다

엔화부채 300억원 넘게 줄어
롯데쇼핑·물산 재무팀 표정관리
▶마켓인사이트 1월7일 오전 9시58분

국내 수출 대기업들이 엔저 현상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나 롯데쇼핑과 롯데물산 재무팀 표정은 사뭇 다르다. 대다수 다른 대기업과 달리 환 위험을 회피(헤지)하지 않은 엔화 차입금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갚을 돈도 그만큼 줄어든다.
7일 롯데쇼핑과 롯데물산 공시자료에 따르면 두 회사는 지난 3개월여 동안 엔화 차입금과 관련, 각각 240억원과 80억원 정도의 환차익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환 위험을 회피하지 않은 엔화 차입금이 지난해 9월 말 현재 각각 300억엔과 100억엔에 이르는 상황에서 엔화가치가 원화 대비 7% 넘게 급락한 덕분이다. 한국자금중개에 따르면 100엔당 원화 환율은 지난해 9월30일 1098원에서 이날 1018원으로 7.2% 하락했다. 돈을 빌린 상대방은 두 곳 모두 관계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로 만기는 2015년 8~9월이다.

롯데 측은 매년 사업보고서에서 “투기 목적의 외환매매는 엄격히 금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달러화와 엔화 차입금을 환 위험에 그대로 노출시켜 환 차익을 추구해왔다. 특히 엔화 차입금은 2012년 이후 지속된 엔화가치 하락으로 이미 상당한 차익을 인식하고 있다. 100엔당 원화 환율이 2011년 말까지만 해도 1485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갚아야 할 돈이 1485원이었다면 지금은 1018원으로 31%나 줄어든 셈이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엔저 현상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롯데칠성음료는 파생상품을 활용해 엔화 환율 변동 위험을 온전히 회피하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