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 "기관투자자에 특화된 상품으로 승부"

위기의 자본시장, CEO들의 돌파 전략은 (4)

해외 헤지펀드 등 발굴, 큰 손 고객 잡을 것
매각 전후 조직안정 최우선…NH농협과의 시너지 예상
“당분간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회사나 기관 고객들에게 얼마나 좋은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승부를 가를 겁니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큰 변화를 맞이한다. ‘주인’이 바뀌게 된 것이다. 지난달 말 NH농협금융이 우리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모기업 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기존 사업 체제를 손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 경영진은 올초 조직개편을 통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만큼 증권업계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원규 사장은 “올해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증권업계도 회복될 것이라는 막연한 판단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고객이 달라지고 시장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우선 리테일(소매) 부문의 비중을 과감히 줄이고, 기관과 법인 공략에 주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의 리테일 사업부는 영업이익이 1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나은 편이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큰 폭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김 사장은 “리테일과 브로커리지 부문 침체는 경기와 상관없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거래의 90%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거래 수수료는 2000년대 초반 0.5% 수준에서 지금 0.1%로 낮아졌다”며 “당장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연기금 등 기업 고객은 굴리는 돈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김 사장은 “기관들이 맡긴 돈 30조원 중에서 0.1%만 수수료를 더 받아도 300억원을 버는 것”이라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인 고객들에게 더 좋은 상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상품 경쟁력 강화가 답이라는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특히 상품 조달보다는 자체 상품 개발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최근 조직 개편에서 투자은행(IB)사업부 내에 상품 세일즈 본부를 신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장기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이 부문의 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 해외채권이나 주식,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등 해외 상품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특히 “해외 헤지펀드가 올해 대세 상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관들의 해외 헤지펀드 가입 규모가 점점 늘고 있다”며 “해외에서 얼마나 좋은 상품을 찾아내 고객들에게 제안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금융의 거대한 고객 기반도 우리투자증권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NH농협금융은 단위농협과 중앙회 등을 합하면 4700여곳에 이른다. 우리은행 지점(990여개)을 압도한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최근 우리투자증권에 “NH농협금융에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지 말고, NH농협금융을 어떻게 활용해 우투가 성장할 것인지를 찾아라”며 힘을 실어줬다.

김 사장은 “우리투자증권의 최고 경쟁력은 인적 자원에 있다”며 “매각 작업 전후로 인재 이탈이나 조직의 흔들림을 막는 것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