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이익 8조3000억 그쳐…환율·성과급에 '갤럭시 신화' 제동

4분기 '잠정 실적' 발표

스마트폰 사상최대 판매에도 영업이익 1조8000억 급감
모바일 지쳐도 반도체 질주…"일시적 부진" 관측이 대세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8조원 초반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8조원 후반~9조원 초반이라는 시장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이다. 10조원대 이익을 낸 작년 3분기보다 2조원 가까이 줄었다. 이 여파로 올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4.90% 하락했다. 환율 변동과 특별성과급 지급이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8조30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발표했다. 작년 3분기보다 매출은 0.14%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18.31% 감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5.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1% 줄었다. 작년 1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이어진 영업이익 증가세도 한풀 꺾였다. ○10조→8조, 급전직하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실적은 경이로웠다. 사상 처음으로 10조1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매출 50조-영업이익 10조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불과 석 달 만에 영업이익은 8조원대로 급전직하했다. 영업이익률도 작년 3분기 17.2%에서 4분기 14%로 떨어졌다.

실적이 악화된 것은 작년 말 신경영 20주년을 기념해 임직원에게 특별성과급을 지급한 게 첫 번째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임직원 32만6000여명에게 월 기본급의 100%를 성과급으로 줬다. 지급 총액은 8000억원가량에 달한다. 그러나 특별성과급 지급액을 감안한 영업이익 추정치가 9조원 초반대였다는 점에서 다른 변수가 작용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시장에선 급격한 환율변동이 최대 변수였다고 보고 있다. 주요 결제통화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작년 3분기 1109원에서 4분기 1061.5원으로 4.2% 하락했다. 스마트폰, TV를 수출해도 원화로 환산한 이익이 환율하락 폭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도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도 환율의 영향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는 “특별성과급에 소치 동계올림픽을 대비한 마케팅 비용을 미리 반영한 것도 실적 부진 이유인 것 같다”며 “2009년에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3분기까지 실적이 좋았다가 4분기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반도체가 작년 3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2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D램 값이 지난해 10월 이후 두 배가량 오르는 등 호조세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IM부문에서는 스마트폰이 사상 최대치인 9550만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 6조7000억원에서 4분기 5조원대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시적 부진? 하향세 본격화?

시장의 관심은 올 1분기 실적에 쏠린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 실적이 일시적 부진인지, 아니면 추세적 하락 곡선을 타기 시작한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일시적 부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제품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는 데다 1분기 반도체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작년 3억2930만대에서 올해 3억9830만대로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시장 점유율도 작년 32.9%에서 올해 34.6%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1분기가 IT제품 비수기인데다 환율 변수도 여전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가 1분기 말께 갤럭시 시리즈 신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란 점도 악재로 꼽힌다. 매번 신모델이 나오기 직전 구모델 판매량이 주춤했다는 점에서다. 시장에선 1분기 영업이익을 8조원 후반~9조원 초반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다. 송종호 KDB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은 9조20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 업황만 따지고 보면 1분기가 더 안 좋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이 부진한 데다 환율까지 삼성전자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명/송형석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