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3' 다가선 이부진의 신라면세점

창이공항 사업권 획득…6년간 매출 4조 기대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에 대한 규제와 경쟁 심화로 영업 환경이 악화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향수와 화장품 면세사업 운영자로 선정됐다고 8일 발표했다. 신라면세점은 창이공항 1~3터미널에 있는 향수·화장품 매장 20여개를 운영하게 됐다. 운영 기간은 올해 10월1일부터 2020년 9월30일까지 6년이다. 영업면적은 6600㎡로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낙찰받은 면세점 중 가장 크다. 신라면세점은 2017년 완공 예정인 창이공항 4터미널의 향수·화장품 매장도 운영하기로 했다. 신라면세점은 창이공항 향수·화장품 매장에서 6년간 4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글로벌 톱3 면세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의 글로벌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신라면세점의 해외 진출은 이 사장이 2010년 12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본격화됐다. 신라면세점은 2012년 8월 창이공항 패션 매장을 열면서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같은 해 1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 화장품·향수 매장을 열었고 지난해 11월에는 창이공항 시계 매장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해외 사업을 강화해 글로벌 명문 서비스·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창이공항 입찰에서는 모바일 기술을 접목한 운영 방식과 복층 매장 등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롯데면세점은 창이공항 향수·화장품 매장과 주류·담배 매장 입찰에 참여했지만 운영권을 따내지 못했다. 롯데면세점은 상반기로 예상되는 호주 시드니국제공항 면세점과 홍콩 지하철 MTR 면세점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태국 시내면세점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12년 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공항에 매장을 열고 국내 면세점 최초로 해외에 진출했다.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롯데면세점은 세계 4위, 신라면세점은 세계 7위에 올라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