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임금 인상'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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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1월 22%, 베트남도 15% 올라…한국 생산기지 '비명'“2012년 9월 65달러였던 월 최저임금이 세 차례 인상돼 올 2월부터 100달러로 오른다. 웬만한 의류가공 업체들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막 내리는 동남아 低임금 시대…기업들 "철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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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이어 제2의 ‘세계 공장’으로 부상하는 동남아시아에 임금 인상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환율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인건비 급등까지 겹쳐 이들 지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수익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저임금을 좇아 동남아로 진출한 기업은 8200여개에 이른다.
9일 국내 산업계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하노이 호찌민 등 베트남 주요 도시의 월 최저임금은 올해 270만동(약 13만6000원)으로 지난해 235만동(11만8000원)보다 14.9% 올랐다. 이 지역 최저임금은 최근 5년간 2배 이상 급등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근교 공업도시인 카라완의 최저임금도 이달부터 한꺼번에 22%나 뛰었다. 최근 2년간 자카르타의 최저임금이 1.6배 치솟은 영향이 주변 도시로 번져 나가는 양상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기업의 임금도 들썩이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가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인도네시아(17.0%), 베트남(10.8%), 미얀마(12.3%)에 진출한 기업의 임금은 두 자릿수 이상 오를 전망이다.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임금 상승률도 7% 안팎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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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미호 KOTRA 프놈펜 무역관장은 “현지 진출 기업 중 상당수가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의류업체인 신성통상은 베트남에서 증설을 자제하고 앞으로 미얀마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베트남 근로자의 기본급은 10~20%씩 뛰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임금 인상률이 낮은 지역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임금과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앞으로 유망한 제조업 생산기지로 미얀마 라오스 스리랑카 에티오피아 등이 거론된다. 김 실장은 “향후 국내로 유(U)턴 하려는 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며 “정부 정책 차원에서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과 개성공단 같은 남북경협 지역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배석준 기자/김낙훈 중기전문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