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설 이산상봉 거부…연초 남북관계 '삐걱'
입력
수정
지면A9
北, 한·미훈련 핑계대며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북한이 설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거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으로 첫 단추를 잘 풀어서 남북관계에 새로운 대화 틀을 만들어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언급했지만 남북관계는 새해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좋은 계절에" 여지 남겨…정부 "훈련과 연계말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은 9일 통일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에서 전쟁연습이 그칠 사이 없이 계속되고 곧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겠는데 총포탄이 오가는 속에서 상봉을 마음 편히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3월 초 시작될 키 리졸브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설 상봉의 거부 이유로 지목한 것이다. 또 “설은 계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고려된다”고 언급해 추운 겨울 날씨가 고령의 이산가족에 부적합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통지문은 “남측이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과 상반되게 새해 벽두부터 언론들과 전문가들, 당국자들까지 나서서 무엄한 언동을 하였을 뿐 아니라 총포탄을 쏘아대며 전쟁연습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것과 관련, 우리 정부와 언론, 전문가 등이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시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또 박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문제와 장성택 숙청 사건 등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종래의 대결적 자세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상봉 가능성을 남겨뒀다.
‘우리의 제안’은 북한이 지난해 7월 이산가족 상봉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도 열자고 제안한 것을 가리킨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연계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거절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달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이 우리 정부의 공이 될 것을 우려해 평화와 위협 공세를 반복하며 기선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 재개와 연계하는 데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북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이 연례적 군사훈련 등을 인도적 사안과 연계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전예진/김대훈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