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2009년 '북한 비상사태' 논의했었다"

美 의회조사국 보고서
미국과 중국이 김정일 사망 이전인 2009년 북한의 급변 가능성에 대비한 ‘비상사태’를 논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한 ‘중국과 대량살상무기·미사일 확산’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10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비상사태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이 공식 정부 채널로 북한 비상사태를 논의한 것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은 그동안 북한 핵 문제를 놓고 협의해왔으나 북한의 비상사태에 대해서는 중국 측이 북한과의 특수관계를 고려해 난색을 보여왔다.

보고서는 그러나 “2010년 2월 베이징대의 한 교수는 중국이 북한 내부 붕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나라가 북한의 정치와 군의 통제권을 장악하는 것을 수동적으로 지켜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2012년엔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중국의 일부 군부세력은 한반도 긴장완화의 책임을 북한이 아니라 미국에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실제로 중국은 북한과의 군사 관계에서 ‘압박’보다는 북한 정권의 안보와 유지를 지지하는 쪽으로 초점을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붕괴되거나 위기상황에 처했을 경우의 비상계획과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문제를 비롯해 북·중 양국의 군사관계에 대해 의문점이 많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군은 북한을 미군과 한국군이 북위 38도선 북쪽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는 완충지대로 간주한다”며 “2010년 7월 중국 마샤오톈 장군이 한·미 양국의 서해 훈련을 반대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중국군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비상사태 때) 무기와 핵물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미국 및 그 동맹국들과 정보를 공유할 용의가 있는지 등은 궁금한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