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점원이 일일이 가격표 바꿔 붙이세요?…삼성전기, 전자 가격표시기 미국시장 '공습'

북미 리테일 빅쇼 참가
가격 표시 한번에 바꾸고
매장정보 관리도 손쉬워
2016년 1조 매출 목표
삼성전기가 지난해 한국전자전에서 전자가격표시기(ESL)를 알기 쉽게 소개하기 위해 만든 가상 편의점 형태의 전시관. 작은 사진은 매장에 비치 된 ESL. 삼성전기 제공
슈퍼마켓 직원이 카운터에서 바나나 값을 3.99달러에서 3.59달러로 바꾸자 매장 선반에 진열된 바나나 값이 순식간에 바뀐다. 이후 10분간 100여개의 포장된 바나나 묶음이 팔려나가자 판매 및 재고상황이 일목요연하게 집계된다. 직원들은 창고에서 상품을 꺼내 매장에 추가 진열하면서 도매상에 새로운 바나나를 주문한다.

삼성전기가 13~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북미 최대의 유통업 전시회인 ‘리테일 빅쇼’에서 선보인 전자가격표시기(ESL)를 도입한 슈퍼마켓 매장 모습이다. 삼성전기가 대형 유통매장의 종이 가격표를 대체할 ESL을 앞세워 북미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ESL로 슈퍼마켓 혁명을 이끈다

올해 103번째 열리는 리테일 빅쇼엔 북미 지역의 수많은 소매 유통회사들이 참가했다. 삼성전기가 이 전시회를 찾은 건 ESL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다. 월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ESL을 활용하면 넓은 매장에 표시된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업체의 가격 책정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어 이른바 ‘쇼루밍(showrooming)’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쇼루밍이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 실제 구입은 온라인사이트를 통하는 쇼핑 행태를 말한다. 미국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쇼루밍으로 매출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기는 현재 5억2000만달러 규모인 ESL 시장에 2009년 진출했다. 스웨덴의 프라이서, 프랑스의 SES 등 기존 업체들과 경쟁하며 유럽 내 100개 매장에 ESL을 팔았다. 한국에도 홈플러스 5개, 롯데마트 1개 등 총 6개 매장이 삼성전기의 ESL시스템을 도입했다.

삼성전기는 앞으로 ESL 도입 초기인 북미 시장을 선점해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대영 삼성전기 상무는 “올해 20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ESL 관련 매출을 2016년까지 1조원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성장동력 찾기 분주 삼성전기는 앞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14’엔 충전기에 대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자기공진식 무선충전기를 내놨다. 자기공진식 무선충전 연합인 ‘A4WP’(Alliance for Wireless Power)로부터 세계 최초로 국제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삼성전기가 이처럼 여러 신제품을 들고 북미 시장 문을 두드리는 건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고, 신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5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2012년 4분기(1449억원) 및 지난해 3분기(1643억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3분의 1 토막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카메라모듈과 회로기판, 적층세라믹콘텐서(MLCC) 등 값비싼 부품을 사주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부터 갤럭시S4 판매부진으로 주문을 대폭 줄인 탓이다.

여기에 삼성전기는 같은 삼성 전자계열사 중 삼성SDI에 비해 미래 성장동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발전 등에 적극 투자해온 데 비해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 등 미래보다는 현재 바로 팔 수 있는 부품들로만 사업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다.■ ESL

electro shelf label. 전자가격표시기로 유통 매장에서 과거 종이에 표시했던 상품명과 가격, 로고 등의 정보를 디지털 표시로 바꾼 장치다. 저전력 무선통신기술과 전자종이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김현석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