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붕괴 25년, 게르만의 비상] 통일 후 옛 동독은…GDP, 서독의 70%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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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국민' 인식은 여전히 문제1989년 11월9일 저녁 귄터 샤보스키 동독 공산당 대변인은 ‘국외여행 전면 자유화’ 조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언제부터 발효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잠시 머뭇거렸다. 당초 합의서에는 다음날인 10일 새벽 4시로 돼 있었다. 그러나 샤보스키 대변인은 “지금 당장”이라고 잘못 답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TV와 라디오 생중계로 이를 지켜보던 베를린 시민들은 일제히 국경 검문소로 향했다. 몰려든 인파에 당황한 검문소 측은 상부 지시를 받을 겨를도 없이 그대로 국경을 개방했다. 저마다 삽과 곡괭이를 들고 장벽을 힘껏 내리쳤다. 동서 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은 그날 밤 그렇게 무너졌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5년이 흘렀다. 독일은 외형적으로는 이제 거의 동서독 통합 단계에 접어들었다. 옛 동독에서 편입된 5개 주(동베를린 포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91년 당시 옛 서독의 40%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70%를 넘어섰다. 동독 노동자의 임금 수준과 생산성도 과거 서독 대비 40~50%에서 현재 80% 안팎까지 올라섰다. 독일 내무부는 “옛 동독 지역도 이제 살 만한 곳이 됐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서독인들은 상당한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10년간 평균 1%대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1990년대 초 독일의 수출은 전 세계의 10%를 차지했으나 2010년 8%로 하락했다. 고임금과 높은 세금 등으로 인해 기업이 탈출하고 일자리가 감소하는 ‘독일병’으로 몸살을 앓았다.
옛 동독인들이 여전히 스스로를 ‘2등 국민’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잠재적인 사회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크리스티나 판 도이페르덴 독일경제연구소(DIW) 선임연구원은 “40년간 분단으로 누적된 격차를 25년 만에 모두 해소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국은 독일에 비해 분단의 역사가 훨씬 긴 데다 그만큼 격차도 크기 때문에 사전에 상호 교류를 확대해 이 같은 차이를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를린=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