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에 팔린 상속재산, 배우자 선취분 '돌려달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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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민법 개정안 확정상속 재산의 절반을 생존 배우자에게 먼저 떼어 주는 선취분이 자녀 등에 의해 제3자에게 처분되더라도 반환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일반적인 상속은 제3자에게 넘어간 재산도 반환을 청구할 수 있지만 선취분 청구권은 가족 간의 문제로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생존 배우자가 선취분 청구권이 있음을 알았더라도 신속하게 청구하지 않으면 즉시 또는 1년 내에 권리를 소멸시키는 방안도 마련된다.
자녀 등에 매각 대금 반환청구는 가능
○선취분 청구권 제한…분쟁 예방 취지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민법(상속편)개정 특별분과위원회는 지난 14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분과위는 상속 재산의 절반을 생존 배우자에게 우선 할당하는 내용으로 민법 1008조의 4를 신설하기로 했으나 여기에 더해 1008조의 5를 추가키로 의견을 모았다. 1008조의 5는 선취분 회복 청구의 대상을 ‘상속인 또는 유증(유언에 의한 상속)받은 자’로 못 박아 제3자를 청구 대상에서 배제했다. 민법 999조에 따르면 상속인이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행사할 수 있는 상속회복 청구권은 제3자에 대해서도 인정된다. 분과위 관계자는 “상속 문제가 가족관계 밖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면서 제3자 거래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녀가 재산을 처분하면서 얻은 수익을 생존 배우자가 반환 청구할 권리는 주어진다. 예컨대 자녀가 배우자 선취분에 해당하는 주식을 제3자에게 넘겼다면 생존 배우자는 제3자에게 이 주식을 돌려달라고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자녀에게 주식 매각대금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
상속인 간에 협의가 안 돼 가정법원에서 ‘상속 재산 분할 심판’을 받는다면 여기다 생존 배우자는 선취분을 반드시 주장해야 한다. 법원의 심판이 끝나면 생존 배우자는 더 이상 선취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또 민법 999조 상속회복청구권은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침해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되지만 개정안은 선취분 청구권 시효를 이보다 짧은 1년·10년으로 했다. ○이중 과세 여부는 견해 엇갈려
개정안은 선취분 청구의 대상이 되는 재산을 혼인 기간 ‘취득한 재산’이 아닌 ‘증가한 재산’으로 규정했다. 남편이 결혼할 때 가져온 5억원짜리 아파트가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8억원이 된 경우를 가정해보자. 남편이 사망한다면 아내는 아파트 가격 증가분인 3억원에 대해서만 선취분(1억5000만원)을 청구할 수 있다.
이중과세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간 의견이 엇갈린다. 분과위 관계자는 “과세당국이 선취분에 대해 과세를 해도 법원에 의해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혼 재산분할을 할 때 분할한 재산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현행 상속세법에 따르면 배우자 선취분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해석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비과세를 하려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세당국이 선취분 과세가 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추산한 자료를 보면 이번 개정안을 적용했을 때 생존 배우자가 내는 상속세(1차 상속세)는 개정 전보다 오히려 줄었다. 상속재산 가액이 50억원일 때 1차 상속세는 개정 전 7억400만원에서 개정 후 3억9600만원이 됐다.
비과세 금액이 커짐으로써 과세 대상이 되는 나머지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생존 배우자가 자녀에게 물려주는 돈이 늘어나 이에 대한 과세(2차 상속세)는 4억4700만원에서 9억6800만원으로 늘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