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메릴린치 실적 급속 개선…한국투자公의 매각 시점 논란

美 전문가 "더 보유해야"
한국투자공사(KIC)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지분을 손절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손절매 시점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KIC는 2008년 1월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이 회사가 같은해 9월 BoA에 인수되면서 현재 12억5000만달러 상당의 BoA메릴린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BoA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6.7% 늘어난 889억4000만달러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순이익도 114억3000만달러를 기록해 2007년 이후 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비용이 줄어든 데다 충당금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날 BoA메릴린치 주가는 2.27% 오른 17.15달러에 장을 마쳤다. KIC의 취득 단가는 주당 27달러다. BoA 실적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KIC는 BoA 주식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안홍철 사장은 지난 14일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달 내에 (BoA) 지분 매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 미국 금융주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금융전문 투자은행인 키프브루엣앤드우즈(KBW)의 프레더릭 캐넌 이사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기 회복으로 대출 수요가 늘고 금리 상승으로 예대마진도 확대될 것으로 보여 금융주는 올해도 S&P500 상승률을 웃돌 전망”이라며 “만약 KIC가 조언을 구한다면 최소 1년은 더 보유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손절매에 부정적인 편이다. 기준환 JP모간자산운용 한국법인 운용본부장은 “미국 경기 회복을 감안할 때 올해 BoA를 포함한 금융주 주가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BoA 주식 매각과 관련해 KIC와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KIC가 BoA 주식을 매각하려면 운영위원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운영위는 기재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그리고 6명의 민간 운영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주용석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