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칼럼] 쉰 목소리의 애연남, 새해에는 꼭 금연해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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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얼마 전 50대 남성이 감기에 걸린 뒤 쉰 목소리가 낫지 않는다고 병원을 찾았다. 감기약을 오래 복용했는데도 쉰 목소리가 계속돼 사회생활에 불편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정밀 검사를 해보니 후두암 초기였다.
이 남성에게 평소 생활습관을 물어보니 1주일에 이틀 정도 음주(주로 폭탄주)를 하고 하루 반 갑 이상 담배를 피운 지 15년이 넘었다고 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상담해보면 ‘새해 금연’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결심만 하고 성공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흡연은 여러 질병을 일으키지만 그중에서도 성대, 즉 목소리 건강에 치명적이다.
성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목소리를 거칠게 만든다. 담배 연기가 구강을 통해 인두와 성대·후두·기관지에 들어가 폐포에 이르면서 연기에 포함된 성분들이 혈액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한 번 흡입할 때마다 4000여종의 성분이 몸속에 들어간다. 상당수가 유해하다. 또 흡연을 하면 점액 분비가 늘어 가래에 니코틴이 함유된 채로 위 속으로 들어간다. 위로 들어간 니코틴은 혈액 속으로 흡수된 니코틴과 함께 위산 분비를 자극해 위식도역류까지 발생시킨다. 위산이 후두를 직접 자극하면 후두의 뒤쪽은 물론 점막, 성대까지 붓는 역류성 인후두염의 증상이 나타난다.
흡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암’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흡연으로 인한 위험도를 조사한 결과 후두암 남성 환자의 79%가 흡연으로 암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연기의 직접적인 작용과 니코틴, 타르 성분의 생리학적 작용은 성대 점막을 유전적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 처음에는 흰 덮개가 낀 듯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점막이 붉게 변하면서 염증이 생기고 결국에는 암으로 발전하는 메커니즘이다. 후두암을 앓게 되면 쉰 목소리와 목·귀의 통증, 목에 무언가 만져지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후두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는 호흡이 곤란해지고 쌕쌕거림(천명)이 나타나는 한편 종양의 크기와 분비물의 축적에 따라 염증이나 부종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음식물을 삼키기가 힘들고 기침과 각혈, 체중 감소, 구취 등의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김형태 <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