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 새해 경영화두 서예로 만나볼까

한경갤러리서 문관효 작품전
이건
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과 기술의 한계 돌파’(사진)란 이 회장의 경영 화두가 한글 서예가 문관효 씨(60·한국서도협회 사무총장)의 독특하고 힘찬 청농체(한글의 회화성을 강조한 서체)로 다시 태어났다. 화선지에 먹물을 듬뿍 찍어 쉬지 않고 단숨에 써 내려간 글씨에는 진한 묵향이 배어 있다. 이 회장을 비롯해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와 국내 유명 경제계 인사의 새해 경영 메시지를 서예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20~29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열리는 문씨의 한글·한자 서예작품전이다. ‘갑오년 나라·기업·가족 경영, 백가쟁명’을 주제로 한 이 전시회에는 문씨의 서도 철학과 필력을 드러내는 작품 24점이 걸린다.

훈민정음 자모체 연구에 힘써 온 문씨는 작년 7월 서예계 최고 권위의 원곡서예문화상을 받은 한글 서예의 대가다. 대한민국 서도대전 심사위원장과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지냈다. 지난해 한글날에는 광화문광장에 가로 24m, 세로 1.2m짜리 국내 최대 ‘훈민정음 언해본’을 출품해 화제를 모았다.

문씨는 “재계 총수들이 신년사를 통해 제시한 경영 키워드는 위기와 혁신인 것 같다”며 “기술과 조직 혁신을 강조해 좀 더 실천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을 글씨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세로 가로로 열을 맞춘 그의 힘찬 필치에는 경제계에 부는 찬바람을 따뜻한 바람으로 바꿔 보자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허 회장의 신년 메시지 ‘한국 경제 다시 한번 도약’, 정 회장의 새해 경영 화두인 ‘기술개발에 역량 집중’, 구 회장의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기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마음으로 뭉쳐 위기 극복’,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내실 경영과 혁신경영’,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준비된 기업에 더 많은 기회’ 등이 글씨로 되살아났다. 어려운 경제현실을 극복하고 보다 강한 기업을 만들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신념과 열정이 담겨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제2기 신경영 구축 원년’은 여성 경제인의 옹골찬 도전정신을 고급스러운 궁체로 살려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나라 경영 화두인 ‘창조 경제’는 훈민정음 글씨체(판본체)로 써 한글의 고요하고 소박한 매력을 보여준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신년 메시지 ‘선우후락(先憂後樂)’,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은 한자 서예의 깊은 맛을 안겨준다. 독특한 조형감각이 돋보이는 ‘동행’ ‘꿈’ 등 가정의 행복을 위한 가훈도 여럿 걸린다. (02)360-42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