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뉴타운에 날아든 무서운 통지서

이현일 건설부동산부 기자 hiuneal@hankyung.com
서울에서는 올
해 1만여가구의 뉴타운 아파트가 집들이를 하게 될 전망이다. 준공을 앞둔 이들 동네 대부분은 ‘상전벽해’ 수준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집들이를 앞둔 주민(조합원)들의 얼굴은 어둡다. 입주를 앞두고 잔금 마련이 난감한 탓이다. 급기야 일부 조합원들은 집을 낮은값에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놨다. 뉴타운 구역으로 지정되고 재개발이 시작될 때만 해도 주민들은 큰 부담 없이 새 집 마련이 가능할 것이란 조합의 약속에 들뜬 마음으로 사업에 동의했다. 하지만 입주 무렵에 조합의 약속은 달라졌다. 예상치 못했던 분담금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액수도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최대 2억원 수준이다. 조합원들은 허탈하다고 입을 모은다. 왕십리와 답십리 뉴타운 등도 비슷한 사정으로, 극심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사업 추진 단계의 뉴타운들도 분쟁이 잦다. 조합원은 손해가 뻔한 사업을 왜 하냐는 입장이고, 조합은 사업계약을 했으니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건설업계는 서울에서 1만1724가구의 재개발·뉴타운 아파트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 반대와 주택경기 불황으로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업이 중단된 단지들의 조합원들은 더욱 난감하다. 뉴타운구역으로 묶인 기존 주택을 팔려해도 쉽지않다. 서울시는 뉴타운 재개발사업을 주민들이 알아서 선택하도록 해주는 이른바 ‘출구전략’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구역은 원점으로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사업과정에서 빌려다 쓴 돈을 갚을 길이 막막해서다. 전문가들도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한 재개발·뉴타운 문제를 단기간 내에 해소할 묘책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동산 활황기 때의 규제라도 풀어보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개발이익 환수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부과했던 공공시설물 설치비용의 하향 조정 등이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서울은 신규 주택 공급의 50% 이상을 재건축·재개발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진퇴양난에 빠진 뉴타운·재개발사업에 대한 탈출구를 찾아 내야 하는 이유다.

이현일 건설부동산부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