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동력 잃은 민노총 파업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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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철도파업 끝난 것 아닌가요? 무슨 집회죠?”
토요일인 지난 18일 민주노총 3차 결의대회가 열린 서울역 광장.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한 대학생이 집회 현장을 보며 던진 말이다. 민노총은 이번 3차 결의대회에서 철도파업으로 촉발된 연대투쟁을 ‘총파업’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날 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은 “철도파업이 끝났는데 아직도 집회를 하느냐”며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 결의대회 현장 주변은 철도파업보다 다른 이슈를 선전하는 현수막들로 가득했다. 메인 무대 주변에서는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대 맞은편에서는 ‘제주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관련 문구가 나붙었다. 집회 중에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민노총 조합원과 시민들에게 “이석기 의원 석방을 위해 탄원서에 서명해달라”고 요청하고 다녔다.
방향을 잃어버린 집회다 보니 결집력도 약해진 모습이었다. 이날 참석한 인원은 경찰 추산 4800명(주최 측 추산 1만명). 1차 결의대회 경찰 추산 2만5000명(주최 측 추산 10만명)과 비교하면 5분의 1로 크게 줄었다.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도 결의대회가 끝난 오후 3시50분께 대부분 현장을 떠났다. 오후 2시30분께 결의대회가 시작됐으니 약 1시간20분 만에 해산한 셈이다. 민노총 관계자들은 “오후 4시 용산 5주기 추모제도 함께해달라”고 잇따라 요청했지만 정작 추모제에 참석한 인원은 경찰 추산 1000명(주최 측 추산 3000명)에 불과했다.
신승철 민노총 위원장은 “2월25일 예정된 총파업은 100만 노동자와 시민이 광장과 거리를 뒤덮는 국민 총파업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파업’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문득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수감생활 이후 자신의 인권투쟁을 되돌아보며 남긴 말이 떠올랐다. 그는 “우리의 명분은 정의롭고 강렬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지지를 받았다”며 “그것을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민노총 지도부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총파업이 어떤 명분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지지를 받고 있는지 한 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