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날마다 상여도 없이 - 이성복(1952~)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저놈의 꽃들 또 피었네
먼저 핀 꽃들 지기 시작하네
나는 피는 꽃 안 보려고
해뜨기 전에 집 나가고,
해 지기 전엔 안 돌아오는데,
나는 죽는 꼴 보기 싫어
개도 금붕어도 안 키우는데,
나는 활짝 핀 저 꽃들 싫어
저 꽃들 지는 꼴 정말 못 보겠네
날마다 부고도 없이 떠나는 꽃들,
날마다 상여도 없이 떠나는 꽃들


영원한 건 없다고, 헤어지는 것 싫다고 두려워하다가, 진짜 이별하면 그러게 내가 뭐랬냐고, 너무 아프다고 웁니다. 그래도, 결국 우린 다시 봄꽃을 기다리고 또 마주합니다. 한철 흐드러지게 피어 서러운 그 꽃들을….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