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금융권력' 사모펀드] PEF는 '엘리트 리그'…정·관·재계에 거미줄 인맥

M&A 등 정보·전략 제공
변양호 대표 등산 모임 땐 현직 장·차관 4명이나 참석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지난해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코웨이, 네파 등 MBK가 인수한 기업의 화재보험을 MG손해보험으로 돌릴 수 없겠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100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새마을금고는 국내 사모펀드(PEF)에 자금을 대는 핵심 투자자(LP)다. 전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어느 순간부터 김 회장을 직접 만나기가 어려워지더라”며 “‘연기금은 갑, PEF는 을’이란 건 옛말”이라고 밝혔다.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PEF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전문가들은 PEF가 국내에서 단기간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를 ‘맨파워’라고 지목한다. 학벌과 능력을 갖추고 집안까지 화려한 인력들이 PEF업계로 뛰어든 게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10대 독립계 PEF 투자 전문인력 130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63.1%(82명)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이나 석·박사 학위 소지자였다. 최종 학력을 기준으로 해외 대학 출신이 61명으로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국내파 중에서는 서울대 출신이 27명(20.7%)으로 가장 많았다.

정·관·재계에 모세혈관처럼 뻗어 있는 PEF업계 인맥들은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전략을 제공한다. 2011년 말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가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 재직 시절 직원들과 서울 근교에서 등산을 할 때 50명이 넘는 현직 공무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당시 현직 장·차관급도 4명이나 참여했다. 초대받지 못한 자는 ‘성골’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아니라는 말이 돌았다.

윤영각 파인스트리트 회장(전 삼정KPMG 회장)과 김병주 회장이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각각 첫째, 셋째 사위인 것처럼 ‘혼맥’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대기업에 비해 회계 및 법률자문 등에 대한 서비스 대가(수수료)를 후하게 쳐주는 것도 PEF에 사람과 정보가 몰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MBK는 작년 한 해 한국에서 5조원어치 매물을 사들였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재무 법률 회계 인수금융 자문수수료 비중이 2%라고 가정해도 1000억원 시장이 만들어진 셈”이라며 “MBK 주변에 M&A, 금융 전문가들이 북적대는 이유”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