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유치' 갤러리아百 실험 통했다…이태원·홍대 인기 음식점 입점후 고객 45%·매출 10% 늘어

맛집 찾아온 고객, 다른 상품 구매율 높아
롯데·현대·신세계 '입맛 잡기' 경쟁 후끈
갤러리아백화점 식품관 ‘고메이 494’에 입점한 치즈케이크 팩토리.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20일 서울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유독 한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통과일 아이스바를 판매하는 ‘브릭팝’ 매장이다. 한 평도 안 되는 3㎡ 남짓한 공간에 3500~4500원짜리 아이스바를 사기 위해 하루에 적게는 700명에서 많게는 1300명이 몰려든다. 바로 옆에 있는 수제 캔디 ‘파파버블’과 카스텔라 ‘분메이도’ 매장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립스틱 효과’를 노려라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국내외 맛집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상품보다도 구매 연관성이 높아 뛰어난 ‘집객효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무역센터점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당가와 델리(즉석식품) 고객의 연관구매율은 65.5%로 전 상품군 중 가장 높았다. 연관구매율은 특정 상품군에서 3회 이상 구매한 고객의 구입금액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반면 명품 고객의 연관구매율은 18.5%에 불과했다.

실제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은 지난달 식품관을 재개장한 이후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식품관 방문객이 30만명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백화점의 ‘맛있는 경쟁’은 미식 풍조 확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백인수 롯데 미래전략센터 소장은 “작은 사치를 즐기는 ‘립스틱 효과’는 맛집을 찾는 미식가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는 미식가들을 구매 수요로 연결하려는 백화점의 맛집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활 건 맛집 유치 경쟁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은 리코타치즈샐러드로 유명한 ‘카페마마스’, 피자 전문점 ‘핏자욜리’, 수제파이 전문 ‘타르틴’ 등을 지난해 새로 들여왔다. 모두 서울 이태원, 서래마을, 홍대 근처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서울 소공동 에비뉴엘 6층 일부를 영패션 매장으로 바꾸면서 이촌동에 본점이 있는 팥빙수 전문점 ‘동빙고’를 들여놓았다. 주원 식품담당 선임상품기획자(CMD)는 “1년 넘게 설득해 유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루소랩(에비뉴엘) 아비꼬카레(본점 영플라자) 등도 들여왔다.

역사가 오래된 길거리 음식점과 전통시장 맛집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5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입점한 ‘오향족발’은 5㎡ 남짓한 공간에서 월 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서울 서소문동에 본점이 있는 오향족발은 성수동 ‘성수족발’, 양재동 ‘영동족발’과 함께 ‘서울 3대 족발’로 꼽힌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등 유명 빵집 초청 행사를 열어 1주일간 2억~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는 지난해 8월 본점에서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 국제시장 ‘씨앗호떡’ 등 ‘유명시장 먹거리전’을 연 데 이어 올해도 1분기 중 남대문시장 맛집 초청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