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의 힘…아시아 싱크탱크 '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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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펜실베이니아大 선정국내 최대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아시아 싱크탱크 경쟁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중국과 일본의 쟁쟁한 연구소를 1년 만에 제쳤다. 하지만 글로벌 ‘톱 150’ 안에 든 국내 연구소는 5곳에 불과해 지식생태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세계 6826개 연구소 중 150위 이내 국내연구소 5곳에 그쳐 아직 취약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TTCSP)’은 22일 전 세계 6826개 연구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3년 글로벌 싱크탱크 경쟁력 순위’를 이같이 발표했다. ‘싱크탱크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TTCSP는 2007년부터 매년 글로벌 연구소의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47개 부문에 걸쳐 국내 연구소 13곳이 톱 싱크탱크(분야별 100~150위)로 뽑혔다. 전년과 숫자는 같지만 순위가 전반적으로 올랐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KDI의 순위는 전년 15위에서 14위로 상승했다. 통상 분야의 국책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49위를 유지한 가운데 자유경제원(77위)과 동아시아연구원(84위)도 한 계단씩 상승했다. 이날 한국싱크탱크네트워크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KDI는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대표기관으로서 신흥국의 개발 격차 등 다양한 국제 이슈를 다룬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KDI는 아시아 4개국(한·중·일·인도) 837개 연구소 가운데 1위를 차지해 주목받았다. 1년 전 중국사회과학원과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IA)에 밀려 3위였다가 약진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5위)은 4계단, 세종연구소(40위)는 5계단 뛰었다. 이 부문 10위권에는 중국 싱크탱크가 4개로 가장 많았고 한국(3개) 일본(2개) 인도(1개) 순이었다. 국내 연구소의 위상이 높아졌다지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조사에서는 초라한 수준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54위), KDI(55위), 동아시아연구원(65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79위), 자유경제원(103위) 5곳만이 150위권에 들었다. 국내 싱크탱크는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 등에서 특히 점수가 낮았다. TTCSP에 글로벌 싱크탱크로 등록된 국내 연구소는 35개로, 중국(426개) 인도(268개) 일본(108개) 등에 숫자로도 밀린다.
다른 국가에 비해 민간 연구소가 약한 것도 한계다. 톱 싱크탱크로 뽑힌 13개 국내 연구소 중 민간 연구소는 6개로 절반이 안 된다. 수익 창출형 글로벌 싱크탱크 부문에서 11위에 오른 삼성경제연구소를 비롯해 자유경제원과 아산정책연구원, 동아시아연구원 등이다. 박 교수는 “과거 경제개발을 정부 출연기관들이 이끌었기 때문”이라며 “환경과 의료, 관광 등 미래 지향적인 분야에서 싱크탱크의 역할이 약한 것도 해결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싱크탱크 1위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부동의 자리를 지켰다. 영국 채텀하우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2~5위를 차지했다. 각 부문 순위는 싱크탱크 관계자와 각계 전문가 1950명이 두 차례에 걸친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