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실적을 향한 '싸늘한 눈빛'…디스플레이 우려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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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4분기 실적 발표삼성전자가 24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쇼크’ 수준의 성적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요 수익창출원 역할을 해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서 스마트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이익이 급감했고,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의 경우 경쟁사의 신규 생산라인 완공으로 공급과잉이 본격적으로 빚어지고 있어서다.
'돈줄'이었던 OLED패널, 스마트폰 판매 침체 직격탄
중국업체 '묻지마 투자'에 LCD 시장 전망도 암울
이 같은 부진 요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디스플레이 부문이 올해 삼성전자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22일 전자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부문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은 1000억~2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키움증권은 1000억원 이하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은 98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8조3000억원)이 3분기보다 1조8000억원가량 감소한 가운데, 이중 절반가량이 디스플레이에서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 같은 디스플레이 ‘어닝쇼크’는 스마트폰 부진에 따른 여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부와 LCD 사업부로 이뤄져 있는데, 갤럭시S 스마트폰의 액정을 공급하는 OLED 사업부가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작년 4분기 갤럭시S 판매가 정체되며 재고가 많이 쌓였고, 공급단가마저 급락했다는 것이다. TV용 대형 OLED 패널 개발에 연구개발(R&D)비를 쏟아부은 것도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LCD 사업부는 더 암울하다. 작년 10월 삼성의 중국 쑤저우 8.5세대 공장 완공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모두 다섯 개의 신규 라인이 가동에 들어간다. BOE 등 중국 업체들의 ‘묻지마’식 투자에 삼성과 LG디스플레이가 맞대응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정체된 TV 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뚜렷해지자 패널값은 급락하고 있다. 작년 8월 165달러였던 42인치 풀HD 패널(오픈셀 기준)은 작년 12월 140달러로 추락한 데 이어 이달에도 2달러 더 떨어졌다. 여기에 PC모니터, 노트북 수요도 태블릿 영향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업계가 작년 8~12월 공장 가동률을 80% 밑으로 낮추며 패널 공급량을 전년 동기보다 20%가량 줄였는데도 패널 값 하락세를 멈추지 못했다.
당분간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김성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위기에 몰린 모바일사업부가 OLED 패널 값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1분기에 적자가 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월 소치 동계올림픽, 6월 브라질 월드컵 등 TV 수요를 부추길 스포츠 이벤트가 있지만, 끝나고 나면 수요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업계는 고가인 스마트폰, 태블릿용 고해상도 중소형 패널과 초고화질(UHD) 패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대만의 AUO는 중국 쿤산 8.5세대 LCD 라인을 6세대 라인으로 개조하고 있다. 값이 폭락한 대형 패널보다 스마트폰, 태블릿용 중소형 패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이들 제품에서도 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UHD 패널의 경우 작년 초 2488달러이던 65인치 패널 값이 작년 4분기 1488달러로, 55인치 패널은 1384달러에서 792달러로 떨어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